금감원, DLF 행정소송 대법원에 상고장 제출…금융사 '내부통제기준' 첫 대법원 판례 주문
서울고법 "'내부통제기준의 설정·운영기준',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실효성 판단 필수 고려"
잇단 금융사고에 금융사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입법목적 강조하기도
CEO 연임 앞둔 금융권 촉각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행정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금융사 내부통제기준에 대한 첫 대법원 판례가 나올 전망이다. 내부통제기준은 그동안 자율규범으로서의 성격으로 인해 법적 처분의 불확실성이 높았는데, 대법원 판단이 나온다면 대규모 횡령 등 금융사고 등에 대한 재발방지 등 제도적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상의 내부통제기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마련돼 금융감독 당국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장을 대리하는 정부법무공단 류태경 변호사는 지난 11일 서울고등법원에 우리은행 DLF 소송 선고에 대한 상고장을 제출했다. 서울행정법원에 이어 2심인 서울고법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원고의 승소를 결정했음에도 금감원장은 최종심급의 판단을 요청한 것이다.

금감원장의 상고 결정은 사법부의 판단 변화에 기반하고 있다. 1심 재판부(강우찬, 위수현, 김송)와 달리 2심 재판부(이완희, 신종오, 신용호)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상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판단에서 '실효성'을 필수 고려사항으로 인정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에 대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렇지만 내부통제기준 마련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에 기초해 손태승 회장 등은 금감원이 부과한 제재는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이 아닌 내부통제기준 준수의무 위반에 기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은 법적으로 명확한 반면 준수의무 위반은 법적인 기반이 없어 제재 처분이 법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손 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금감원장의 제재 관련 재량권 행사 재고를 주문했었다.

그렇지만 2심 재판부는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규정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제24조)을 시행령(제19조)과 행정규칙인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별표2)과 연결지어 판단했다.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규정은 시행령의 '내부통제가 실효성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로 이어지고, '내부통제기준의 실효성' 유무 판단은 감독규정을 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이행 여부를 판단할 때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별표2를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별표2는 '내부통제기준의 설정·운영기준'으로 내부통제에 대한 이사회와 경영진, 준법감시인 등의 역할 구분과 업무 위임과 관리·감독 등을 명시하고 있다. 내부통제기준에 대한 업무절차와 전산시스템 등에 대한 적절한 집행과 설계까지 내용으로 담고 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내부통제기준의 설정·운영기준'은 '운영' 기준에 관한 부분이 대부분이라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했다.

서울고법은 "(원고의 주장대로라면)실효성이 없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한 경우에도 내부통제기준마련의무를 다한 것이 되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의 입법취지에 배치됨은 물론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입법목적에도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금융사의 내부통제기준은 금융투자협회 제정 표준내부통제기준, 은행연합회의 '은행권 표준내부통제기준' 등 자율 규범으로 마련됐다. 은행법 등에서 내부통제기준을 규정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금융사고 방지 등 입법취지에 부응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최근 우리은행 등에서 잇따라 벌어진 금융사고 등도 사법부의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다. 서울고법은 판결문에서 "우리은행에서 벌어진 614억원의 금융사고는 내부통제기준 준수 위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임원들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우리은행의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으로 단정하긴 어렵지만, 경영진의 내부통제업무 소홀로 판단할 여지는 다분하다는 것이다.

결국 대법원의 결정 여하에 따라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최고경영자의 중징계는 물론이고 우리은행 횡령사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이상 외화송금, 농협은행과 새마을금고의 직원 금품수수 등에 대해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 여부에 금융당국의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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