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계좌 통해 가상자산 투자금회수 형태로 송금…금감원 "증권사 현장검사 계획"

은행권에 이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이상 외화송금 거래가 포착됐다.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한 현금화 후 무역업체를 통한 외화송금을 이용한 은행권과 달리 외국인투자자가 선물회사를 이용해 해외계좌로 송금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거래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여타 선물사와 증권사에 대해서도 유사한 거래가 존재하는지 현장검사를 취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NH선물에서 거액의 이상 외화 송금 거래가 발생한 정황을 인지하고 지난달 19일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고 8일 밝혔다.

금감원은 검사 과정에서 자금 흐름 추적 등을 통해 외국인 투자 법인의 이상 외화 송금 거래 혐의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기관과 내용을 공유했다.

NH선물의 이상 외화송금은 중국 국적의 외국인투자법인 대표가 원/달러 선물거래를 위한 파생상품 거래 위탁계좌를 개설하고, 2019년부터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인출한 자금을 해당 위탁계좌를 통해 같은 법인의 해외계좌로 송금됐다. 2019년 8월19일부터 올해 7월29일까지 송금이 이뤄졌는데, 송금 규모가 50억4000만달러로 은행권 이상 외화송금 규모인 72억2000만달러의 69.8%에 달한다. 이번 외화송금은 2021년 이후 송금이 전체 송금액의 95%를 차지해 지난해 송금이 집중됐다.

2019년 계좌 개설 초기에는 파상상품 거래를 위한 송금이 이뤄졌으나, 2019년부터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가상자산 차익거래가 주로 행해졌고, 2019~2020년에는 해외계좌에서 NH선물 위탁계좌로 송금받은 자금(11억2000만달러)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입금하는 거래가 주로 발생했다.

외국인투자법인의 해외계좌에서 NH선물 법인 위탁계좌로 자금을 송금해 환전한 후, 다수의 개인 등을 거쳐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 송금하는 자금세탁이 일어났다.

금감원은 "송금 주체가 무역법인이 아닌 외국인 투자법인인 점과 해외 수취인이 타법인이 아닌 본인이라는 점에서 은행권의 이상 외화송금과 차이가 있다"면서 "증빙이 필요한 사전송금방식 대신 증빙이 필요 없는 투자금 회수 형태로 외화를 송금한 것도 차별적이다"고 했다.

금감원은 여타 선물사와 증권사에서도 유사한 거래가 존재할 수 있다고 보고 현장검사를 벌일 계획이다. NH선물은 NH투자증권의 100% 자회사로, 농협은행 수석부행장을 지낸 장승현 대표이사가 올해 1월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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