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ICO 금지, 공권력 행사 해당안돼…강제력 없어"
"ICO 못하는 건 아니다"

금융위원회 2017년 9월1일자 보도자료에 ICO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금융위원회 2017년 9월1일자 보도자료에 ICO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시중은행의 가상통화 거래를 위한 가상계좌 신규 제공 중단과 마찬가지로 암호화폐의 공개(ICO) 금지 조치가 강제력을 가진 공권력의 행사가 아니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내려졌다. ICO(Initial Coin Offering를 위한 법적 근거는 없지만 사실상 ICO를 허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4일 정부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 9월29일 '가상통화공개(ICO)를 금지하기로 한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의 방침 등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에 대한 심리 결과 재판관 8인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해당 심판청구를 각하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7년 9월1일 금융위원회 주관의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에서 지분증권이나 채무증권 등 증권발행 형식으로 가상통화를 이용해 자금조달(ICO)하는 행위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하겠다는 방침에 대한 헌법소원이다.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A사는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 발표 이후인 2018년 12월6일 가상통화 관계기관 TF가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하고, 이후 행정부와 국회가 ICO 관련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법률상 근거 없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해당) 방침은 정부기관이 ICO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알리고, 소관 사무인 금융정책·제도의 방향을 사전에 공표함으로써 일반 국민의 행위를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조정하려는 목적을 지닌 행정상의 안내·권고·정보제공행위에 불과하다"고 해석했다.

헌재는 "행정상의 안내·권고·정보제공행위는 국민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행정기관이 의도하는 바에 따르게 하는 사실상의 효력을 갖지만, 직접 작위·부작위 등의 의무를 부과하는 어떤 법적 구속력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방침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각하 이유를 설명했다.

헌법소원은 공권력에 의해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면 헌재가 구제하는 제도다. 가상통화 공개(ICO) 금지 방침이 일반 국민을 상대로 강제력을 갖춘 공권력의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헌재는 지난 2021년 11월25일 금융위원회가 시중은행을 상대로 가상통화 거래를 위한 가상계좌의 신규제공을 중단하도록 한 조치가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각하하기도 했다.

지난해 각하 결정이 시중은행에 한정되는 결정이라면, 이번 결정은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ICO와 관련된 사건 방침에 대한 판단이다. 헌재의 결정 이후 카카오뱅크는 얼마 전 가상자산사업자인 코인원과 가상통화 거래를 위한 가상계좌 발급계약을 체결했다.

헌재 관계자는 "ICO 금지 방침은 상대방에게 강제력을 가진 공권력의 행사가 아닌 안내일 뿐이라서 각하한 것"이라면서 "ICO를 못하게 하는 건 아니다"고 전했다.

현재 자본시장법은 ▲채무증권 ▲지분증권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에 대해서만 '증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가상자산을 포함한 암호화폐 등은 자본시장법 상의 증권에 해당되지 않는다. 때문에 현행 법률상 ICO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번 헌재 결정은 ICO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저작권자 © 이슈앤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