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개 금융협회 과제, 보험 1사1라이선스 완화·은행에 가상자산, 유통 허용 등도
금산분리 완화 위한 금융회사 부수업무 범위 유연화 논의도
7월말~8월초 분과회의후 내달 2차 금융규제혁신회의 개최
금융위원회가 전업주의와 금산분리라는 해묵은 금융규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의 신기술투자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가상자산업자의 국내 가상자산발행(ICO)같은 금기어도 규제혁신 대상에 올리기로 했고, 신탁가능재산 범위 확대와 대체거래소(ATS) 도입 등 과거 추진했다가 무산된 규제개혁 과제도 재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열린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규제혁신 추진방향을 보고했다.
금융위는 규제혁신 추진방향 보고를 위해 지난 6월부터 8개 금융권협회를 상대로 수요조사를 해 234개 건의사항을 접수했다.
금융위는 이를 토대로 4대 분야, 9개 주요과제, 36개 세부과제를 선정했다.
금융의 디지털화라는 흐름과 관련해 금융과 비금융 간의 융합을 촉진하기 위한 과제로 은행 등 금융회사의 부수업무 범위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과제가 올라왔다. 현재 금융업법상 부수업무는 본업 관련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는 '금융회사의 핀테크 투자 가이드라인'이라는 행정지도 형태로 운영중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은행의 부수업무에 은행업고도화 등의 업무를 추가해 유연한 해석이 가능하다.
일례로 A은행은 사용자환경(UI/UX) 디자인회사, 부동산회사 등 생활서비스 업체 인수를 희망한다고 했다. B은행도 중소기업 사업지원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인수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법상 비금융회사 지분투자 제한(15% 이내)에 막혀 있다. 은행의 음식배달중개 플랫폼 비즈니스 역시 은행의 부수업무로 인정받지 못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운영하는 상태다.
또한 금융지주회사 산하 한 은행은 계열사 통합앱에서 고객맞춤형으로 카드, 보험, 증권 등 다양한 상품을 추전하는 서비스를 검토했으나, 은행 고객 정보의 계열사 간 공유가 어려워 새로운 사업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 혁신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서도 마이데이터 사업자라고 하더라도 퇴직연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의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맞춤형 자산관리 제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상자산사업자는 국내 ICO 금지에 따라 해외에서만 ICO가 진행돼 디지털 신사업 수행의 어려움을 제안했다.
세번째로는 자본시장 선진화와 관련해 유언대용신탁 등 종합재산관리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신탁가능재산 범위 확대, ATS 도입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신탁가능재산 범위 확대는 과거 신탁업법 제정이나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을 통해 추진을 시도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추진이 중단됐다.
금융감독 행정 개선 차원에서는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할 수 있는 과제를 비롯해 금융감독당국의 검사목적을 '금융업법 위반 여부 확인'으로 한정해달라는 요구까지 나왔다.
세부적으로는 진입규제 완화 측면에서 보험의 1사 1라이선스 규제 완화, 소액단기전문보험회사의 운영 요건 완화, 여신전문금융회사의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에 대한 대주주 요건 완화 등 5개 과제가 공개됐다. 업무범위 개선 과제에서는 은행의 부수업무에 음식배달, 통신, 가상자산, 유통 등 허용과 함께 여신전문금융업의 통신판매업 허용, 비카드 여전사의 부수업무 신고 규제 와화 등이 나왔다. 또 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활용 업무 범위 확대, 보험회사의 전자금융업무 허용 범위 확대, 비카드 여전사에 보험대리점 업무 허용,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가상자산업 겸영허용 등도 나왔다.
금융위는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까지 분과별 회의를 열어 작업계획을 확정하고 과제별로 검토 작업을 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다음 달에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여는 등 매달 회의를 개최해 혁신과제를 속도감 있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규제혁신 과정에서 업계, 학계, 언론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토론을 거쳐 개혁 과제를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금융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어떠한 고정관념에도 권위를 부여하지 않고 근본부터 의심해 금융규제의 새로운 판을 짜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