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에너지가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바나듐이온배터리. 바나듐은 수급이 용이하며 발화 위험이 없고 대용량으로 구현하기가 용이한 특징이 있다./사진=스탠다드에너지 홈페이지 캡쳐.  
스탠다드에너지가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바나듐이온배터리. 바나듐은 수급이 용이하며 발화 위험이 없고 대용량으로 구현하기가 용이한 특징이 있다./사진=스탠다드에너지 홈페이지 캡쳐.  

 

[더블유스타트업 선태규 기자] 전기차·수소차 등의 핵심부품은 배터리다.

부품가격 중 배터리가 전체 찻값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배터리의 용량이나 최고 전압에 따라 주행 가능 거리와 모터의 최고 출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최고의 회사로 승승장구하고 있듯이 자동차 배터리 시장도 전망이 아주 밝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스탠다드에너지, 세계 최초 바나듐 소재 배터리 개발

배터리 스타트업 스탠다드에너지는 지난 4월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100억원을 투자유치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세계 최초로 바나듐을 주요 소재로 안전성이 뛰어난 배터리를 개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리튬이온배터리와 달리 바나듐은 수급이 용이하며 발화 위험이 없고 대용량으로 구현하기가 용이한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바나듐이온배터리는 신재생에너지에 필수인 ESS, 초급속 충전이 필요한 전기차 충전소, 중단없는 전력공급이 요구되는 산업시설, 군사시설의 전력백업 시스템 등에 최적화된 솔루션이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ESS 배터리 시장은 연간 44.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현재 22조원 규모에서 5년 후인 2026년에는 120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발화 위험이 없고 성능이 우수한 스탠다드에너지의 배터리가 시장에 도입된다면 스탠다드에너지의 급성장이 기대된다. 

소프트뱅크벤처스 관계자는 “기존 ESS 시장은 수요 대비 제품의 안전성 및 효율성 이슈로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상태”라며 “스탠다드에너지는 새로운 방식의 ESS 설계 및 제조 역량을 통해 글로벌 ESS 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탠다드에너지 김부기 대표는 “4차 산업혁명에 있어 전기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전기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최적의 전력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바나듐이온배터리는 전력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업에 대한 기대감은 정부 동향에서도 엿볼 수 있다.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 9월 스탠다드에너지를 방문해 바나듐이온배터리 기술현장을 시찰하고, 에너지혁신기업 대표들과 에너지신산업 육성방향 등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달 중 탄소중립 R&D 전략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스탠다드에너지는 2019년에 LB인베스트먼트, 다담인베스트먼트, 하나금융투자·마그나 인베스트먼트 등 4곳으로부터 7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바 있다. 

◆포엔, 73억원 규모 투자 유치 

배터리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포엔이 최근 73억원 규모의 시리즈A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현대차투자증권, L&S벤처캐피탈, DSC인베스트먼트, 슈미트, SJ투자파트너스, 이앤벤처파트너스, K2인베스트먼트, D캠프 등 8개 기관이 참여했다. 포엔은 작년 7월 현대자동차로부터 스핀-오프한 이후, 동년 9월 슈미트로부터 Pre-A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포엔은 사실상 전량 폐기되고 있는 전기 자동차의 배터리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업사이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자동차용으로 재제조해 재사용 ▲UPS(무정전에너지공급장치)·모빌리티 배터리 등 다른 용도로 2차 사용

▲배터리 잔존가치 평가·인증 서비스 등이다.

포엔은 배터리 검사·진단·재제조 전 과정에 걸친 가치사슬을 선점하고 있다. 포엔은 이를 기반으로 배터리 안전거래 플랫폼 개발을 추진해 처분을 원하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매칭하는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포엔은 창의적인 사업모델과 선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3월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퍼스트펭귄형 창업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고장시 배터리팩 전체 교체에 따른 경제적 낭비뿐만 아니라 배터리 폐기로 인한 환경 문제까지 해소시킨다는 점을 높게 평가 받았다. 포엔은 이번 선정을 통해 3년간 사업 확장을 위한 최대 30억원의 보증을 지원받게 됐다.

포엔 최성진 대표는 “향후 배터리 리퍼팩을 만들어 폐배터리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가성비 좋은 배터리팩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스엠랩, ‘니켈 함량 98%’까지 끌어올린 양극재 개발 

배터리 스타트업 에스엠랩이 비싼 코발트 함량은 1% 미만으로 줄이고, 니켈 함량을 98%까지 끌어올린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를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니켈 함량은 배터리 용량을 좌우하는 요소로, 함량을 98%까지 높인 양극재 개발은 이번에 처음 보고됐다.

전기차 배터리 가격의 40%는 비싼 코발트가 들어간 양극재가 차지한다. 가격을 낮추려면 코발트를 적게 쓰면서도 용량은 커야 하는데 에스엠랩이 최적의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니켈 함량이 80% 이상인 양극재(NCM, NCA)는 흔히 ‘하이-니켈 소재’라 불린다. 비싼 코발트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높은 용량을 발현하기 때문이다. 

핵심기술은 니켈 함량을 최대로 높여 주행거리를 늘리면서 수명 특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현재 상용화 중인 하이-니켈 소재의 니켈 함량은 88~90% 정도다.

일반적으로 니켈 함량이 1% 늘어나면 소재 1kg당 용량은 2Ah가 증가한다. 따라서 니켈 함량을 90%에서 98%로 높이면 용량은 16Ah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에스엠랩의 조재필 대표는 “전기차용 배터리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양극재의 양이 100kg인 점을 고려하면, 1600Ah만큼의 용량이 늘어나 주행거리 증대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면 수명 및 안정성은 줄어들 수 있다. 에스엠랩에서는 이 부분을 ‘세라믹 계열의 신규 코팅 물질’을 적용해 개선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현재 상용 양극재들이 ‘다결정 형태’라는 데 있다. 다결정 소재는 압연시 쉽게 부서진다. 에스엠랩에서는 ‘단결정 형태’로 양극재를 만들어 이 문제를 개선했다.

새로 개발한 소재는 가장 비싼 성분인 코발트 함량이 1% 미만이라 단가 경쟁에서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조 대표는 “에스엠랩은 경쟁사 대비 2년 앞서 니켈 함량 98% 양극재를 개발한 것”이라며 “2022년 초에 양산 검증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스엠랩은 2023년 7월까지 단결정 양극재 생산량을 현재 7200톤에서 2만1600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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