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진 검토 아이디어, 간부급 논의 안돼"
"법률 이슈 등 많은 단계 거쳐 논의돼야"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주현(왼쪽) 금융위원장이 오기형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주현(왼쪽) 금융위원장이 오기형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우량.성숙단계 여신 분류 시나리오 문건 일부(자료: 김주영 의원실) 
산업은행의 우량.성숙단계 여신 분류 시나리오 문건 일부(자료: 김주영 의원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우량여신을 시중은행으로 이관하는 시나리오는 금융위원회 실무진의 아이디어라고 금융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밝혔다. 해당 시나리오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법적, 정책적 타당성에 대한 여러 논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과거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공사에 정책성 여신을 이관한 것과 달리 시중은행에 우량여신을 이관하려면 가격산정 등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책은행의 우량 대출자산을 시중은행에 넘기는 계획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 질의에 대해 "제가 보고받은 바 없고 금융위 간부 사이에서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의미 있는 주제로 논의된 바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책금융기관은 민간과 갈등 있다.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이 변해야 한다는 얘기는 항상 있었고, 국정과제에도 국책은행의 민간 분야와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관 논의는) 실무진 차원에서 검토했고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로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 저를 포함해서 간부들 사이에서 이 건이 한번도 의미있는 주제로 논의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실무진 의견이 거칠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니까 실무자이고 올라가는 과정에서 바로 잡는 게 정부 조직"이라며 "법률 이슈나 정책적 타당성을 생각한다면 정말 많은 단계를 거쳐 논의돼야 할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거론한 국책은행 우량여신 이관 계획은 금융위 산업금융과에서 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에 우량여신에 대한 시중은행 이관에 대한 검토를 지시한 데 따라 작성된 문건을 의미한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산업은행 내부 문건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총 영업자산 243조7000억원(2022년 6월말 기준) 중 해외 자산과 투자자산, 전대자산 등 이관이 곤란한 영업자산 137조2000억원을 제외한 106조5000억원을 이관가능 자산으로 분류했다. 이관가능 자산 중 최대 18조3000억원(3년연속 AA- 이상, 업력 10년 이상)을 시중은행에 넘기는 시나리오를 세웠다.

해당 시나리오에 따르면 SK하이닉스, 한화솔루션, 현대제철,LG유플러스, GS칼텍스, LG화학, 현대자동차, CJ제일제당, 삼성물산, LG이노텍(이상 신용등급 AA- 이상, 업력 10년 이상) 등 9조2000억원의 여신자산이 이관가능 자산으로 분류됐다. 또 다른 시나리오에서는 여천NCC,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충남대학교병원, 예금보험공사 여신자산도 이관자산으로 평가됐다. 최소 규모 기준에서는 현대제철, LG유플러스, LG화학, 현대자동차, 삼성물산, LG전자, 금호석유화학, 삼양식품, 기아, 크리스에프앤씨(이상 상장사, 500억원 이상 거액여신) 등이 이관대상 자산으로 분류됐다.

산업은행 외에 중소기업은행도 우량 여신 규모를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업은행의 경우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여신보다는 중소기업 여신이 다수여서 이관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여신이관은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산업은행 민영화를 위해 설립된 정책금융공사로 정책성여신을 이관한 사례와 맞물려 있다. 2010년 산업은행은 한국전력,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약 8조원 규모의 공기업 여신을 정책금융공사에 이관했다.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정부 국정과제로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을 포함시켰다. 인수위는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의 중복을 최소화하고 미래 투자 등 시장 보완 분야를 집중 지원하는 방안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과거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 간 여신 이관과 달리, 산업은행과 시중은행 간 여신이관은 매각가격 산정 과정에서 금리 재산정 등의 해결과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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