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노동력' 중장년 재정의…데이터 기반해 정책 실효성↑
[이슈앤비즈 강 훈 기자] '노동력 감소, 늘어나는 복지 비용, 국가 성장동력 약화'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현재 생산연령 인구가 향후 10년간 1천만명 이상 줄어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는 곧 노동력 부족과 생산성 하락, 사회보험 위기로 이어지며 국가의 성장동력을 약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 속에 주목받는 주체가 있다. 전체 인구의 39.9%를 차지하며 우리 사회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장년층이다.
서울시는 전국 지자체 중 앞장서 중장년을 미래성장 전략의 중심에 세우고, 중장년 일자리를 개인의 문제에서 국가적 담론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시민 평균연령은 45.1세, 40∼64세 비율은 38.5%(352만9천명)다.
◇ "중장년 일자리, 개인 문제 아닌 국가적 담론"
서울시의 중장년 정책사업을 수행하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올해 두 차례의 정책포럼을 열어 중장년 문제를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구조적 과제로 공론화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지난 3월 1차 포럼에선 '중장년 고용 법제화'와 '기업 인센티브'를 화두로 던지며 이제껏 복지 중심의 중장년 정책 패러다임을 '일자리 경제 중심'의 새로운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공식 제안했다.
특히 평균 퇴직 연령 50세, 연금 수급 개시 65세 사이 15년의 소득 절벽이 더 이상 개인의 책임이 아니며 사회 시스템이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9월에 개최된 2차 포럼에선 한발 더 나아가 실질적 일자리 확대를 위해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수립에 나섰다.
중장년 구직자 1만명과 450개 기업의 수요를 분석한 대규모 조사 결과를 최초로 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서울형 중장년 일자리 정책 로드맵'과 5대 정책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와 같은 선도적인 정책 제시에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도 잇따랐다.
부산시 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와 광주시 빛고을50플러스센터,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를 비롯해 춘천미래동행재단, 순천YMCA여성인력새일센터 등 전국 여러 유관 기관이 재단을 찾아 주요 정책과 사업을 익히고 각 기관에 적용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앞으로 다가올 사회는 기술과 산업구조의 빠른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길게는 40∼50년간 일하면서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직종을 한번은 전환할 필요가 있고, 전환이 안되더라도 적정한 교육훈련을 통해 직무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늦어도 40대 후반부터 이런 노력을 시작해야 하는데,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중장년 사업은 40대 후반까지 대상으로 포함하고 데이터에 기반해 정확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 "생활권에서 쉽게 구직하고 기업 원하는 실전형 인재로"
재단은 정책과 현장을 잇는 중장년 일자리 지원 사업도 강화해나가고 있다.
매년 하루 열었던 일자리박람회를 올해는 이틀간으로 확대해 5천여명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했고, 5개 권역에서 잡페어를 신규 운영해 시민이 생활권에서 상담·교육·면접까지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경력인재지원사업을 채용형과 직무체험형으로 재편해 유연한 근로환경 속 실질적 채용 기회를 늘렸으며, 실전형 인재 양성을 위해 지역·산업 수요에 맞춘 맞춤형 직업훈련을 실시했다.
재단의 우수사례 공모전에 뽑힌 백낙현(61)씨는 33년간 홍보·해외업무 분야에서 근무하다 퇴직 후 직업상담사, 한국어교원 등 여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 재단의 경력인재지원사업에 참여해 HR서비스 기업에서 3개월 인턴 활동 후 1년 정규계약으로 연장됐다. 최근에는 신입사원 OJT와 멘토링을 맡는 핵심 직원으로 활약하며 연봉 인상까지 이뤄냈다.
재단 관계자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 시대에 숙련된 중장년을 핵심 노동력으로 세우는 것이야말로 경제 활력을 유지하는 유일한 해법"이라며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과 과감한 실행을 바탕으로 한 서울형 중장년 일자리 모델이 전국 단위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