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선 "배우는 도마 위에 있는 요리 재료, 선택을 계속 받는 것이 늘 감사하다"
송선미 "갈 때는 서먹해도 올 때는 손잡으면서 나갈 수 있는 공연"
연극 '분홍립스틱' 4월 4일부터 5월 11일까지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공연
[이슈앤비즈 김하성 기자]연극 '분홍립스틱'의 주연 배우 정혜선과 송선미가 18일 KBS1 '아침마당'에 출연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두 배우는 이날 방영된 '아침마당'에 출연해 연극 '분홍립스틱'의 이야기를 전했다.
'분홍립스틱'은 과거 혹독한 시집살이를 시켰던 시어머니가 치매를 앓기 시작하면서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고집이 세고 깐깐한 시어머니 '강해옥'은 아들에게는 한없이 다정하지만, 며느리에게는 매서운 시선과 잔소리를 멈추지 않는다. 결혼 전부터 시어머니의 기세에 눌려 묵묵히 살아온 며느리 '이지영'은 시어머니의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작품은 어머니로 살기 전 한 여성으로서의 시어머니의 모습과 그의 아픔, 그리고 며느리가 그것을 이해하게 되는 가슴 따뜻한 여정을 담아낸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증가하는 치매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통해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 공감과 이해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고부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와 가족 관계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으로,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송선미는 "정혜선 선생님과 극 중 고부지간으로 나온다. 좋은 시어머니는 아니다. 잔소리를 많이 한다. 물론 걱정돼서 하는 말이지만 며느리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시면서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옛날 모습, 시어머니로 존재하기 전의 원래 모습을 보게 되며 이해하게 되는 가슴 따뜻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정혜선 배우와 송선미 배우는 1997년 SBS 드라마 '이웃집 여자'와 2000년 SBS 드라마 '불꽃' 등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송선미는 "정혜선 선생님은 존경의 대상이고, 이 연극을 선택한 이유가 선생님"이라며 "선생님과 연극에서 20번 넘게 호흡을 맞춘다는 건 두 번 다시 기회가 없을 거라는 생각에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라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정혜선도 "2010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엄마를 부탁해'라는 연극을 하고 지금 처음 하는 것"이라며 무대 복귀 소감을 전했다.
정혜선은 65년 연기 인생에 대해 "수백 편의 작품을 쉼 없이 하느라 포상휴가도 제대로 가보지 못했다"라며 연기에 모든 것을 바친 열정을 드러냈다.
"육아를 하며 우는 아기를 달래면서도 대본을 외우고, 밖에 나가 달과 해를 보며 연습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상한 정혜선은 "배우는 도마 위에 있는 요리 재료처럼 선택받지 못하면 쉬어야 하는데, 그런 선택을 계속 받는 것이 늘 감사하다"라며 배우로서의 소명의식을 표현했다.
송선미는 방송에서 연극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줬다.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있다. 이 인물을 정말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연기는 어떤 답이 없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송선미는 "반복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어제 연기할 때는 이 의미를 그냥 지나쳤는데, 오늘 연기할 때는 이 의미가 이런 의미였구나 하는 깨달음이 달라진다. 하나씩 하나씩 할수록 얻어지는 것이 연극의 매력"이라고 이야기했다.
연극 '분홍립스틱'은 더블 캐스팅으로, 정혜선·송선미 팀과 박정수·이태란 팀이 번갈아 공연한다. 송선미는 공정환과 부부 호흡을 맞추는데, 송선미는 "공정환은 실제로 다정다감하고 후배들도 잘 챙기는데 극에서는 속 터진다. 사업한다고 회사 때려치우고 퇴직금 날려 먹는다"라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정혜선은 "그런데도 (극 중에서 나는) 자꾸 며느리만 잡는 거다. 어디 갔다 늦게 온다고 타박한다. 작품 속 엄마지만 실제로는 안 그렇다"고 귀여운 해명을 곁들였다.
두 배우는 서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혜선은 송선미에 대해 "슈퍼모델 출신으로 타이틀이 있었기 때문에 더 예쁘게 봐줬다"며 "보통 미인이 아니다"고 칭찬했다.
송선미는 정혜선에 대해 "대사를 한 마디 딱 하시면 전체를 잡아주는 중심을 가져주신다"며 "엄마가 가진 인자하고 따뜻한 기본 품성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 너무 좋다"고 호평했다.
끝인사로 정혜선은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어느 가족의 이야기다. 시간 내셔서 많이 구경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앞으로 얼마나 연기를 하겠나. 항상 나는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선미도 "딸이면 딸 입장에서, 시어머니를 바라보는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갈 때는 서먹해도 올 때는 손 잡으면서 나갈 수 있는 공연"이라면서 "가볍게 보면 저런 이야기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외에 '이런 관점으로 작품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걸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관객들의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연극 '분홍립스틱'은 오는 4월 4일부터 5월 11일까지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공연되며, 티켓 예매는 인터파크티켓에서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