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비즈 박현정 기자] 금융기관에 빚을 진 소상공인·자영업자 가게 10곳 중 1개 이상이 이미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평균 6000만원이 넘는 대출 부담에 허덕이다 결국 평균 568만원의 원리금이 밀린 채 폐업을 선택했다. 특히 작년 4분기에 계엄 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카페와 술집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17일 한국신용데이터의 '2024년 4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을 안고 있는 사업장은 모두 362만2000개로 추산됐다.
폐업 사업장의 평균 연체액은 568만원, 평균 대출 잔액은 6천185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개인사업자의 대출 잔액은 716조원으로, 직전 3분기(712조원)와 전년 4분기(700조원)보다 각 0.5%, 2.3% 늘었다. 은행 대출이 60.5%,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이 39.5%를 차지했다.
밀린 개인사업자 대출 원리금 규모는 11조3천억원으로, 직전 분기나 1년 전 대비 각 2.3%, 52.7% 불었다. 21.2%(2조4천억원)가 은행, 78.8%(8조9천억원)는 2금융권 연체였다.
특히 저축은행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17조1천억원) 대비 연체금액(9000억원) 비중이 5.0%에 이르렀다.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의 이 비중도 2.7%(5조9000억원/221조4000억원×100)로 은행권 0.6%(2조4000억원/433조2000억원×100)의 4배 이상이었다.
이는 한국신용데이터가 개인사업자 경영관리서비스 '캐시노트' 가입 사업장 16만개를 표본 조사하고 소상공인 실태조사 등의 비중을 적용해 전체 개인사업자 현황을 추정해 보고서로 낸 결과다.
자영업자들의 경영 상황이 나빠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체 소상공인 사업장 1개당 지난해 연간 매출은 1억7882만원, 이익은 4273만원으로 추계됐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0.57% 줄었지만, 이익은 14.71% 늘었다.
매출이 줄고도 이익이 불어난 것은 소상공인들이 지출을 줄인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 작년 사업장당 연간 지출은 1억3609만원으로 1년 사이 4.56% 줄었다.
4분기(10∼12월)만 따로 보면 매출은 4798만원(월 1599만원)으로 추산됐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7%, 직전 3분기보다 10.77% 늘었다. 사업장당 4분기 이익은 1158만원(월 386만원)으로 1년 전, 3개월 전과 비교해 각 5.25%, 9.92% 증가했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소비가 수년간 크게 위축됐다가 2023년 다소 회복된 후 2024년 본격적으로 살아나기를 기대했다"며 "그러나 경기 부진과 계엄 등으로 연말 특수가 사라지면서 실제로 작년 매출이 2023년보다 더 적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정체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카페가 타격을 크게 입었다. 작년 4분기 외식업 가운데 카페 매출은 3분기보다 9.5% 급감했고 1년 전보다도 1.3% 적었다. 패스트푸드와 술집 매출도 전 분기보다 각 1.8%, 1.7% 뒷걸음쳤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경제·정치 불안을 느낀 소비자들이 기호식품인 커피, 술 등부터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양식(8.8%), 아시아음식(6.3%), 일식(5.5%), 중식(4.1%) 등 일반 식당의 매출은 3분기보다 약간 늘었다.
서비스업 중 예술·스포츠·여가 관련업의 매출이 3분기보다 7.4%나 감소했다. 반면 세무사·변호사업 등이 포함된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매출은 30.1% 증가했고, 운수 서비스업도 10.3% 불었다.
유통업의 경우 슈퍼마켓·편의점 등 종합유통업의 매출이 0.1% 줄었지만, 반대로 가구·문구·안경·악기점 등이 포함된 전문유통점의 경우 12.4% 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