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 방미 중 트럼프 주니어와 만남
美 정부 실세…車 통상압박 맞물려 주목
현대차그룹, 리스크 대비 미 생산량 확충
[이슈앤비즈 박현정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최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만난 것으로 14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자동차 산업까지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정 회장의 이번 골프 회동은 트럼프 측과 접촉면을 늘리는 ‘민간 외교’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의 행보가 궁극적으로 관세 유예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아진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정 회장은 미국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 골프장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토너먼트 대회 ‘2025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부대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만났다.
이날 트럼프 주니어와 그의 딸인 골프 선수 카이 트럼프는 유명 프로골퍼 로리 매킬로이와 함께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프로암(Pro-am)에 참가했다. 프로암이란 정규 대회 전 열리는 이벤트로,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가 함께 경기를 진행한다.
정 회장의 이번 PGA 투어 참석은 자연스럽다. 현대차그룹 제네시스가 메인 후원사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경기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으나, 경기 전 다이닝룸에서와 경기 관람 중에 트럼프 주니어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家) 최강 실세인 트럼프 주니어와 정 회장의 짧은 만남이 주목받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부과 시나리오가 현실화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매긴다고 공언한 상태다. 또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대선 기간부터 꾸준히 말해온 만큼 사정권 안에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무역 전쟁의 본격적인 시작이나 다름없는 ‘상호관세’는 이미 초읽기에 돌입했다.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무역 분야 핵심 참모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이 배석한 가운데, 상호 관세 부과 결정이 담긴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상호관세는 각국이 미국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상대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거센 통상 압박 속에 정 회장은 리스크에 대비하고자 자동차 등 주요 품목 미국 생산을 늘리는 계획을 세우는 한편 미국에 현대제철 제철소 건설까지 검토하고 있다.
지난 13일 현대차는 최신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 9’을 발표하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세 등을 고려해 미국 판매물량은 HMGMA에서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HMGMA는 현재 인력 충원을 위해 현재 다수의 채용 공고를 내고 지원서를 받고 있다. 생산량도 당초 30만대를 예상했지만,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50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메타플랜트 덕에 트럼프 1기때와 달리 미국 전체 생산량을 70만대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 대응 방안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직·간접적으로 57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오랜 기간 미국 사업을 확대해 오면서 현지에 공장들과 연구개발(R&D) 거점 등 다양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누적 투자액만 205억 달러(약 30조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