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임시주총에 집중투표제 등 상정…"국민연금 등 주주 지지 확보할 것"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고려아연 

 

[이슈앤비즈 김하성 기자]영풍·MBK 파트너스(이하 MBK)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9일 고려아연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영풍·MBK파트너스를 향해 "흑색선전으로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목적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영풍·MBK 측이 최 회장의 신사업 투자에 '방만 경영' 등 잣대를 들이대며 비판의 날을 세우면서 막상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후 이를 계승하겠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특히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고 경영권을 가져가게 되면 이들이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보다 단기적 이익 확보에 몰두하면서 결과적으로 고려아연의 미래가 희생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최 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MBK파트너스 김광일 부회장 등이) 제가 너무 방만하게 투자해 회사가 망할 것 같다고 공격하면서 동시에 외신 인터뷰에서는 수익률이 높아서 고려아연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하고, 동시에 (제가 추진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계속 진행한다고 말씀하신다. 너무 모순이 많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최 회장이 취임 후 고려아연의 '미래 먹거리'로 추진하는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사업,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등 3대 신사업을 말한다.

최 회장은 아연 제련 등 동종업을 영위하는 영풍이 자기 회사 경영에 실패하면서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건실하게 성장한 고려아연의 경영을 맡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풍이 고려아연을 경영하는 것은 이해 상충이 너무 심하다"며 영풍 석포제련소가 폐수 무단배출 등 문제로 행정처분을 받아 오는 2월 26일부터 58일간 조업정지에 들어가는 상황을 언급했다.

최 회장은 "조업정지가 끝나도 석포제련소는 올해 상반기는 물론 하반기에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비정한 얘기지만, 고려아연 등 아연 업계는 반사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해야 할 텐데, 과연 영풍이 고려아연을 지배하게 되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가게 되면 석포제련소의 환경·조업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고려아연의 자원을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최 회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과 영풍·MBK 측은 오는 23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각자 상정한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최 회장은 '필승 전략'을 묻는 말에 "전략은 아주 간단하다. 이제까지 그래왔듯,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고려아연 경영진은 이번 임시 주총에 소액주주 권한 강화를 위한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주요 안건으로 올렸다.

최 회장은 "사실 집중투표제에 대해서는 좋다, 나쁘다 등 가치판단이 없었다.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기관 등이 소액주주 권한을 극대화하는 바람직한 제도로 권고하고 있어 현 경영진의 권한을 저하하지만, 주주 이익과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고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소수 주주가 지지하는 후보의 선임 가능성을 높여 소수 주주 보호 방안으로 활용된다.

경영권 분쟁 이후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최 회장은 사익이 아닌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우선하고, 회사의 미래 성장을 위한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저와 저희 집안이 고려아연 지분을 몇십% 갖고 있다고 해서 평생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화나 LG, 현대차, 국민연금 등 모든 주주의 지지를 받고 1년에 한 번 이상은 경영에 대해 승인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왔다. 집중투표제를 통해 그런 테스트가 조금 더 까다로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중투표제뿐 아니라 MBK가 주장하는 집행임원제도 마찬가지"라며 "저를 몰아내려고 주장하시는 것 같은데, 집행임원제가 대표이사제와 다르지만, 결국 회사를 경영하는 방법이 다른 것일 뿐"이라며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집행임원제를 도입한 회사의 이사회는 모든 주주를 대표해 회사의 중요사항 결정과 집행임원에 대한 감독권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대표집행임원(CEO)이나 재무집행임원(CFO), 기술집행임원(CTO) 등 집집행원이 실질적인 경영 집행을 담당한다.

최 회장은 "결국엔 누가 더 회사를 잘 경영할 것이냐가 근본적인 질문이 될 것"이라며 "고려아연은 현재도 엄청나게 좋은 회사로 성장했지만, 앞으로 신사업 투자 등을 통해 더욱 건실한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주주들이 평가해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영풍·MBK 연합과의 표 대결과 관련, "제 입장에선 '안 지면 이긴다'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스윙보터인 주주들이 허락하는 기간 회사를 경영할 기회가 다시 한번 주어지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회사로 만드는 데 올인하고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음은 연합뉴스와 가진 최 회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내용.

-- 임시주총 안건인 집중투표제가 승리 전략이 될 수 있을까.

▲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의 권한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당연히 (소액주주들도) 좋아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가 더 확실히 이기려면 집중투표제 없이 이기는 게 좋다. 영풍·MBK 연합에서 한 분도 못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좋든 싫든 영풍·MBK 연합 측도 주주인데 언젠가는 '회사를 위해 함께 노력해보자'는 컨센서스를 이뤄야 한다면 집중투표제가 나쁘지 않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 상법상 '3% 룰'이 적용되면 집중투표제 통과에 고려아연이 유리한가.

▲ 그건 아니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기 위해 정관 변경을 해야 하고, 이후 특별결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관 변경 투표에는 '3% 룰'이 적용되지만 정관 변경 이후에는 해당 룰이 적용되지 않아서 공정한 경쟁이 펼쳐진다.

-- 영풍·MBK 측은 14명의 신규 이사 선임을 요구하고 있다.

▲ 현재 이사가 13명인데 여기에 (영풍·MBK 측이 요구한) 14명을 더하면 27명이다. 27명이 이사회를 이뤄서 회사가 잘 돌아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영풍·MBK도 상당수 주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부분적으로 승리하든 어느 정도 공존 상태로 가야 할 것이다. 이사회 이사 수 제한이 안 되면 정기주총 이후 (이사 수가) 40명, 60명이 되어버린다. (이런 문제를) 인지하시고 이사 수 제한에 동의해주셨으면 좋겠다.

-- 영풍·MBK 측 지분율을 고려하면 임시주총 이후에도 경영상 부담이 되지 않을까.

▲ MBK 측의 원래 계획대로 이사회를 장악해서 고려아연을 누구에게 팔아버리거나 장기적인 비전을 희생해 단기적 수익을 내는 방법을 못 찾는다면 게임이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 상대측의 비판을 받으며 경영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뚫고 나가야 하는 게 숙제다.

--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다.

▲ 수사 이첩과 기소가 된 것은 다르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영풍·MBK 건도 다 같이 이첩됐다. 이번 주에 글래스루이스와 ISS 등의 의견이 나오고 조만간 국민연금도 결정할 것이다. 상대측은 여러 가지 흑색선전을 해서 판세를 뒤집어보려는 것 같다.

-- 유상증자 결정을 후회하나.

▲ 합법적으로 결정했지만 결정 자체에 대해서는 돌이켜 보면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었다고 후회한다. 유증 결정을 한 의도는 아직도 현존하는 유동성 문제 등이었다. 다른 방법으로 유동성 문제를 풀어가야 했다. 시장의 반응을 먼저 봐야 했는데 상황이 너무 안 좋아진 것이 (나중에) 확인돼서 철회했다. 결정의 무게 등을 고려했을 때 공시하고 보도자료만 내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괴로웠지만 직접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순간은.

▲ 영풍·MBK의 공개매수가 끝났던 10월 14일이다. 제 예상을 뒤집고 영풍·MBK가 5% 이상 공개매수에 성공했다. 제 생각보다 훨씬 높은 숫자였다. 그날 주가가 올라서 82만원까지 갔다가 오후 1시 15분에 NH투자증권 등 몇 개 창구에서 집중적으로 10만주 이상의 주식이 시장가 매도로 쏟아져나왔다.

이건 무조건 팔겠다는 뜻이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그 상황에서 누가, 왜 10만주가 넘는 금액을 시장가 매도로 팔아야 했을까? 이해가 안 돼서 진정을 넣었다. 결과적으로 갑자기 주가가 76만∼77만원으로 떨어지면서 회복을 못 했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10월 14일에 영풍·MBK가 5% 이상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을 거다.

-- 미래 성장 비전인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나.

▲ 주주들이 결정할 때는 '결국엔 회사를 누가 더 잘 경영할 것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간다. 전기는 쌀, 수소나 그린암모니아는 떡·케이크에 비유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잘 개발해 쌀(전기)을 싸게 생산하는 데 집중하면, 그 쌀을 가지고 떡과 케이크를 잘 만들 수 있다. 좋은 쌀을 만들 능력이 있으면 좋은 떡방앗간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세계적으로 미중 무역전쟁 속에 니켈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게 필요하다. 니켈 프로세싱 사업에서 고려아연이 중국과 일대일로 경쟁해도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다. '올인원 니켈 제련소'는 2026년 초 완공돼 생산을 시작할 것이다. 이 제련소는 전세계적으로 최초이자 비슷한 공장이 없는 모델이다. 씨를 뿌렸으니 1∼2년 안에 가시적인 열매가 맺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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