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 2조 예상·4월부터 투자자와 배상 협의
[이슈앤비즈 김하성 기자]주요 시중은행들이 이번 주 잇따라 이사회를 열고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고 자율배상에 나설 방침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7일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28일에는 농협은행과 제일은행이, 29일에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임시 이사회를 잇따라 개최한다.
이사회 결의가 이뤄지면 은행권은 4월부터 H지수 ELS 투자로 손실을 본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율 배상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전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해 H지수 ELS 가입자에 대한 자율조정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홍콩 H지수 하락에 따라 만기 손실이 확정됐거나, 현재 손실구간에 진입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신속한 투자자 보호조치를 실행하기로 했다.
또한, 소비자보호그룹 내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위원회'와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지원팀'을 신설해 ELS 자율배상 절차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확보하고 원활한 손해배상 처리를 위한 체계적인 업무 수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위원회'는 금융업 및 파생상품 관련 법령, 소비자보호 등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외부전문가 3인을 포함한 총 11명으로 구성한다.
이를 통해 자율조정 진행 과정에서 투자자별 개별요소와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보다 공정한 배상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구체적인 자율배상안과 자율배상 전담조직이 구성됨에 따라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를 대상으로 조속히 배상비율을 확정하고 배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의 홍콩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약 2조300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만기도래분 중 손실구간에 진입한 금액은 약 7500억원 수준이다.
앞서 홍콩H지수 ELS 판매가 가장 적은 우리은행은 지난 22일 은행권 가운데 처음으로 ELS 투자자에 대한 자율 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이번주부터 다음 달 12일 처음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약 43억원 규모의 자사 판매 ELS 고객들을 시작으로 개별적인 배상 비율을 확정해나갈 계획이다.
이어 배상 비율 협의를 마친 고객부터 동의 후 일주일 이내 배상금 지급을 완료할 예정이다.
총 배상 규모는 최대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SC제일은행이 이사회를 통해 1분기 실적에 반영할 배상금 관련 손실(충당부채·영업외 비용 인식) 규모는 KB국민은행의 약 1조원을 포함해 최소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홍콩H지수 ELS 최대 판매사인 KB국민은행은 현재 판매된 계좌 8만여개에 대해 지난 13일부터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전수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자율배상안을 결정해 의결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이사회를 거쳐 1분기 실적에 약 1조원의 H지수 ELS 배상 관련 충당부채를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현재 17명으로 구성된 TF가 자율 배상 관련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거의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ELS의 총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이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8조1972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신한은행(2조3701억원), 농협은행(2조1310억원), 하나은행(2조1183억원), SC제일은행(1조2427억원), 우리은행(413억원) 순이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11일 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 발생에 따른 분쟁조정기준안을 제시했다.
조정안에 따르면 ELS 판매사가 부담해야 하는 최대 배상 비율이 100%에 이를 수도 있지만 대다수 투자자는 20∼60%를 적용받을 전망이다. 금감원은 이를 바탕으로 판매사별 자율배상을 하도록 촉구했다.
금감원 검사국은 다음주 중 홍콩 ELS 판매 은행들에게 검사의견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검사의견서를 받은 은행은 내부 검토를 거쳐 소명 의견서를 제출하며 이를 근거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제재를 확정한다.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달 제재를 확정하고 이르면 내달부터 제도개선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