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상위 100대 스타트업 중 31%가 한국에서 사업을 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산나눔재단과 구글 스타트업캠퍼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코리아스타트포럼이 20일 공동으로 발표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00대 스타트업 가운데 13개는 규제 때문에 한국에서 사업이 아예 불가능하며, 18개는 제한적으로만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진입 규제는 결국 한국 스타트업들이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그 성장을 제한하는 한계로 작용한다"면서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신산업에 대한 '우선 허용, 사후 규제' 방식의 '포괄적 네거티브 체제'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빅 데이터를 다루는 스타트업들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100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중 한국 기업이 하나도 없는 것은 정부가 망 분리, 정보보호 조치, 손해배상 책임제 등 데이터산업에 대한 강력한 보안 규제로 혁신적인 스타트업의 등장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미국 영국처럼 데이터 보호 의무를 마련하되 기업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피해 보상에 대한 규정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스타트업의 투자 생태계가 자생력을 갖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의 투자 방식을 다양화하고 창업주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스타트업을 고려한 규제 영향 평가 △유권 해석 시간을 줄이고 정확도를 높이는 적극 행정 △스타트업-기존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의 룰 수립 등의 개선 방안이 제안되었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벤처 투자액 규모는 74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 늘어난 수치이며, 분기 기준 국내 벤처 투자액 중 최고치다.
보고서는 "투자 규모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생태계가 자생력을 갖추고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책 자금의 시장 투입 외 기업, 개인 등 다양한 민간 자본의 유입을 통한 투자 재원 확보 및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회수 시장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한상협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한국 총괄은 "정부와 업계가 뜻을 모아 노력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상당한 양적 성장을 달성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보고서가 한국 스타트업의 질적 성장 가속화를 위한 혁신 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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