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대출 609조 '역대 최대'...2년새 22% 급증
2금융권 건설·부동산업 연체율·고정이하여신비율 5.51%·3.99%
은행권 부동산 업종 연체율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
한은 "부실자산 상·매각에 소극적이면 부실 커질 것" 경고
[이슈앤비즈 김대우 기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으로 부도 위기를 넘겼지만, 건설·부동산 업종의 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 불안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건설·부동산 대출이 609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이 두업종의 연체율·부실채권 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사실상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10여년 만에 가장 나쁜 상태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는 이들 두 업종의 부실 지표가 1년 사이 갑자기 약 3배로 악화했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금융업권별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전체 금융권(은행+비은행)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608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기록으로, 1년 전 2022년 3분기(580조8000억원)보다 4.8%, 2년 전 2021년 3분기(497조6000억원)보다 22.3% 늘었다.
건설업과 부동산업을 따로 봐도, 두 업종의 대출 잔액은 작년 3분기(115조7000억원·492조8000억원)가 가장 많았다. 특히 2년 사이 비은행권(저축은행·새마을금고 제외 상호금융조합·보험사·여신전문금융회사 합산)의 부동산업 대출 잔액이 155조원에서 193조6천억원으로 24.9% 급증했다.
대출 증가세도 문제지만 연체율 등 부실 지표 수준과 상승 속도는 더 심각하다. 작년 3분기 비은행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각 5.51%, 3.99%에 이르렀다.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다. 2022년 3분기(1.77%·1.55%)와 비교해 불과 1년 사이 각 3.1배, 2.6배로 뛰었다.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의 경우 저축은행에서 건설업이 7.34%, 부동산업은 5.97%로 집계됐다. 1년 전(2.20%·2.52%)의 3.3배, 2.4배 수준이다. 부동산업은 2018년 4분기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고, 건설업은 2013년 1분기(35.36%) 이후 10년 6개월 만의 최고 기록이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적다는 은행권에서조차 건설·부동산업 연체율(0.58%·0.15%)은 2015년 3분기(3.65%), 2010년 3분기(2.63%) 이후 각 8년,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은행권의 두 업종 고정이하여신비율(0.92%·0.27%)도 2011년 1분기(10.23%), 2010년 3분기(6.35%)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의 통계로 미뤄 현재 금융권의 건설·부동산 관련 대출 건전성 지표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전후 수년간 급등한 시기 이후 가장 나쁜 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은 "일부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가 많은 예금취급기관의 경우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부실자산 상·매각 등을 통한 관리에 소극적으로 임하면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며 금융권에 부동산·건설 업종 대출 부실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