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 "생산전문 자회사로 지배구조 개편 연계 어려워, 인건비 소폭 상승"
현대모비스의 생산 자회사 설립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무관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형식적으로 현대모비스의 일부 사업부문을 떼어내는 것이라서 과거 핵심 사업부 분할과 유사하지만, 부품생산에 집중된 자회사 설립이라 지배구조 개편과 연결짓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5일 열린 그룹분석 세미나에서 '현대모비스의 생산 자회사 설립 계획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답변에서 "생산 자회사 설립은 내부 역할 분담을 통한 사업 효율성 강화, 불법파견 이슈에 따른 리스크 해소가 주요 목적"이라며 "생산 자회사 신설과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연계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8월18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모듈과 핵심부품 전담 생산 자회사를 설립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모듈 통합 자회사는 울산, 화성, 광주 등 모듈공장 생산조직이고 부품 통합 자회사는 에어백, 램프, 제동, 조향, 전동화 등 핵심부품공장 생산 조직이다. 9월 이사회 의결을 거쳐 11월 중 신규 자회사를 공식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차량용 조명 생산 자회사인 현대아이에이치엘, 전자기 측정 기구 제조업체인 지아이티, 축전지 제조업체 에이치그린파워 등도 개편 대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현대모비스는 생산 자회사 설립 배경에 대해 "본사는 미래 모빌리티 대응 기술과 제품 개발 및 양산화에 주력하고 생산 자회사는 글로벌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갖춘 전문 제조사로 육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A/S 사업 부문은 본사에 존속하고, 모듈 및 핵심부품 사업도 연구개발, 영업, 구매 등의 활동은 여전히 본사가 담당하게 된다"면서 "신설 자회사는 오롯이 생산 기능만 수행하기 때문에 생산 자회사 설립을 지배구조 개편과 연계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번 생산 자회사 설립은 불법파견 이슈에 대한 리스크 해소와 사업효율성 강화가 주요 목적으로 직고용에 따른 인건비 소폭 상승만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모비스의 직원은 정규직 근로자 1만383명(2021년말 기준), 기간제 근로자 452명 등 총 1만835명이다. 여기에 청소, 보안, 식당, 상하차, 시설관리, 비서 등 사업장 내 파견/하도급/용역 근로자가 1874명이나 된다. 소속외 근로자를 정규직 내지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할 경우 약 1836억원(1인 평균급여 기준 단순합산)의 급여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기업집단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가 해소되지 않은 기업집단이다. 순환출자 해소와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은 여전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라고 할 수 있는 현대모비스에 대한 정의선 회장의 지분은 0.32%에 불과하다. 정의선 회장 입장에서는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이 순환출자 해소와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위한 방안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 인적분할과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추진했었다. 당시 지배구조 개편방안은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비율에 대한 반발로 무산됐다. 이번 생산 자회사 설립 이사회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사업부분 분할에 대한 논의가 있을 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