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검사결과,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 8년간 697.3억원 횡령사실 확인
10년간 동일부서에서 명령휴가 한번도 안가고 대외 공문 전산등록 안돼 위조
통장.직인관리 미분리, 문서 수기결재로 사후점검 미비
본부부서 거액입출금거래 이상거래 모니터링에 포함안돼
금융위·금감원 TF 운영…경영실태평가 시 사고예방 내부통제 평가 비중 확대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 우리은행 본점 직원이 8년간에 걸쳐 697억30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횡령 직원은 10년간 한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명령휴가 대상에 한번도 선정되지 않았고, 통장과 직인을 모두 관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대외 공문이 전산등록되지 않고 수기결제문서로 처리돼 공문 내용에 대한 사후점검과 확인도 미비했다. 특히 거액 입출금 거래가 이상거래 모니터링에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28일부터 6월30일까지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횡령사고에 대한 현장검사 결과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이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총 697억3000만원을 횡령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이 직원은 2012년 6월 우리은행이 보유하던 A사의 출자 전환 주식 42만9493주(당시 시가 23억5000만원)를 팀장이 공석일 때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를 도용해 무단 결재한 뒤 인출했다.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는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하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614억5000만원을 직인을 도용해 출금하거나 공·사문서를 위조해 3회에 걸쳐 횡령했다.

이 직원은 2014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는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 매각 계약금 등 59억3000만원을 출금 요청 허위 공문을 발송해 4회에 걸쳐 빼돌렸다.

금감원은 이번 횡령 사고의 원인을 "사고자의 주도면밀한 범죄행위가 주된 원인이나 사고를 미리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미흡했던 것도 원인"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직원이 직인과 비밀번호를 도용하거나 각종 공·사문서를 여러 차례 위조해 횡령에 이용한 것을 주도면밀한 범죄행위로 판단했다.

그럼에도 해당 직원이 같은 부서에서 10년간 장기 근무할 수 있도록 해준데다 명령 휴가 대상에 한 번도 넣지 않았고 무단결근을 처리해준 점, 대내외 문서의 등록 및 관리를 부실하게 한 점은 내부통제 절차의 미흡 사유로 꼽혔다.

또한 우리은행은 통장·직인 관리자가 분리되지 않아 이 직원이 정식 결재 없이 직인을 도용해 횡령할 수 있었고, 이 직원은 8차례 횡령 중 4차례는 결재를 받았으나 모두 수기 결재 문서라서 진위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 직원이 꾸민 출금 전표 및 대외 발송 공문의 내용이 결재 문서 내용과 다름에도 파악하지 못했고, 출자전환 주식의 출고 신청자 및 결재 OTP 관리를 분리하지 않고 이 직원이 동시에 담당하도록 해 무단 인출을 방조한 점도 내부통제 문제로 지적됐다.

이와함께 우리은행은 대우일렉트로닉스와 관련해 은행이 보유한 출자 전환 주식의 실재 여부에 대해 부서 내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본부 부서의 자행 명의 통장의 거액 입출금 거래를 이상 거래 발견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던 점도 내부통제 미흡 사유라고 할 수 있다. 기업개선부 직원이 매각계약금 몰취액을 173억3000만원, 148억1000만원으로 2차례 수표 출금하고 293억1000만원을 타행이체했을 때 이상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에 적발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매각계약금 몰취액 수백억원이 세 차례에 걸쳐 수표로 출금되고 타행이체됐음에도 본부부서 통장의 거액입출금 거래가 이상거래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적발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3년 '거액 출금시 전산에 의한 사전 복수승인 절차 부당 폐지'로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과 김용우 전 감사가 '주의' 제제를 받은 적이 있다.

금감원은 "검사에서 확인된 사실관계 등을 기초로 엄밀한 법률검토를 거쳐 사고자와 관련 임직원 등의 위법하고 부당한 행위에 대해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금감원은 금융위와 공동으로 보다 실효성있는 내부통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운영할 예정이며, 경영실태 평가 시 사고 예방 내부 통제에 대한 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조처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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