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조7000억원… 2014년 이후 가장 작아
홍콩H지수 하락 등으로 조기상환 줄어

지난해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이 201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이 201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픽사베이

[이슈앤비즈 현가흔 기자] 한때 증권가의 '밥줄’이던 파생결합상품의 인기가 식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이 201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요 기초자산인 홍콩증시가 부진함에 따라 조기상환이 줄어들면서 발행 또한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증권회사 파생결합증권 발행·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전년 대비 4조3000억원 감소한 84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84조1000억원)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발행액이 89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1000억원 감소했고, 상환액은 발행액을 웃도는 90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금감원은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2020년 글로벌 증시 하락·고난도 금융상품 규제 도입 등 영향으로 파생결합증권 발행 및 발행 잔액이 감소 추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ELS 상환액은 74조1000억원으로 전년(76조2000억원)보다 2조1000억원 줄었다. 홍콩H지수 하락 등에 따른 조기상환 규모가 1조6000억원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 말 기준 ELS 잔액은 57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조1000억원(6.6%) 감소했다.

같은 기간 DLS 발행액은 17조원으로 5조3000억원 감소했고, 원금비보장형 발행은 5조6000억원으로 2조3000억원 줄었다. 2019년 해외금리 연계 DLF 사태 등으로 투자 수요가 위축됐고,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 보호 정책 강화에 따라 원금비보장형 DLS 신고가 일괄 금지되면서 DLS 발행액은 감소 추세다.

지난해 DLS 상환액은 16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4조3000억원 줄었으며, 만기 상환액(9조1000억원)이 조기 상환액(7조7000억원)을 웃돌았다. 지난해 말 기준 DLS 발행 잔액은 2020년보다 2000억원 줄어든 27조2000억원이었다.

파생결합증권 투자자의 지난해 투자이익은 2조7000억원으로 전년과 유사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요지수가 회복되면서 손실 상환 규모가 감소해 수익률은 전년보다 증가했다. 연 환산 수익률은 ELS가 3.2%에서 3.6%로, DLS가 1.0%에서 1.6%로 올랐다.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발행 및 운용 손익은 8589억원으로 2020년 5337억원 손실을 기록하고 일 년 만에 다시 이익을 냈다. 2020년 글로벌 주요 증시 급락 및 불확실성 증가로 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들어 증시가 회복한 영향이다.

지난해 말 기준 원금손실구간(Knock In, 낙인)이 발생한 파생결합증권은 136억원 규모로 전체(84조7000억원) 0.02% 수준이다. 이중 DLS가 88억원으로 전체 낙인 규모의 65%를 차지했다. 대부분 원유 관련 기초자산과 홍콩H지수가 함께 편입된 DLS로 2020년 상반기 원유 선물 가격이 급락하면서 낙인이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낙인이 발생한 규모가 제한적이고, 올해 중 낙인이 발생하는 상품의 만기가 대부분 내년 이후인 점을 고려할 때 투자자 손실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 금리 상승 등으로 글로벌 증시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손실 리스크 모니터링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증권사가 자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2019년 도입된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투자자 보호 방안 등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점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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