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답 중앙시장은 퇴근하는 시민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 사진= 두가온 기자
서울 용답 중앙시장은 퇴근하는 시민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 사진= 두가온 기자

[더블유스타트업 두가온 기자] “ 장사 안되는 건 똑같아, 얘기할 사람 줄어든 게 적적하지 ”

 지난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다시 덮친 서울 용답 중앙시장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상인 A 씨는 사람이 부쩍 줄어든 거리를 보며 이같이 말했다.

 간신히 잡는 듯했던 확산세로 한숨 돌린 자영업자들은 지난 11월 또 한 번 좌절을 겪어야 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19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격상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로 인해 힘겨운 하루 장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 사는 냄새로 가득했던 시장에도 코로나 19에 대한 불안감과 싸늘한 겨울바람만이 가득했다.

 

서울 용답 중상시장 앞 용답역 1번 출구에서 시민들이 나오고 있다. / 사진= 두가온 기자
서울 용답 중상시장 앞 용답역 1번 출구에서 시민들이 나오고 있다. / 사진= 두가온 기자

 왕십리와 답십리를 연결하는 용답동, 이곳의 용답역 1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용답 중앙시장이 펼쳐진다. 이 시장은 두 지역을 오가는 시민들이 식사를 해결하거나 장을 보는 곳이다. 특히 주변에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회사들이 있어 저녁 시간만 되면 고된 하루를 마무리하는 직장인들로 가득했던 곳이다.

 한 잔 술과 함께 먹기 좋은 족발, 곱창, 삼겹살 등을 판매하는 식당이 많았던 탓일까, 시장은 유독 다른 곳에 비해 쓸쓸했다. 용답역을 빠져나온 시민들은 추워진 날씨에 옷을 여미고 그저 시장을 빠르게 지나가기 바빴다.

 “ 아무래도 옆에 밥 먹는 사람이 오늘 어디를 다녀왔는지 알 수 없으니까 불안한 게 사실이죠 ”

 짧은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눈빛에 경계심이 감돌던 시민 B 씨는 불안감 때문에 식당을 찾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오후 9시까지 식당들의 정상 영업이 가능하지만, 손님이 줄어든 이유였다.

 

평소에는 길게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던 식당도 영업을 중단했다. / 사진= 두가온 기자
평소에는 길게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던 식당도 영업을 중단했다. / 사진= 두가온 기자

 시장에서 꽤 유명한 식당으로, 평소에는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던 소 곱창집도 충격을 피할 수 없었다. 식당에 손님이 가득해 외부 테이블까지 설치해 손님을 받던 소 곱창집은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에 따른 여파로 결국 당분간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렇게 영업 중단을 선택하는 식당도 있지만 묵묵히 영업을 계속하는 식당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그곳을 찾는 손님은 없었다. 빈 식당에는 마스크를 쓴 사장님만이 자리를 채우며 멍하니 앉아 TV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TV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을 유보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서울 용답 중앙시장에서 잡화를 파는 상인 A 씨는 유달리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 사진= 두가온 기자
서울 용답 중앙시장에서 잡화를 파는 상인 A 씨는 유달리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 사진= 두가온 기자

 바쁜 걸음으로 시장을 통과하는 시민들로 가득한 시장의 한 가운데, 목 좋은 사거리의 약국 앞에서 잡화를 파는 상인 A 씨만이 시장에 부족한 온기를 채우고 있었다.

 “장사 안되는 건 똑같아, 나와서 얘기할 사람 없어서 적적하지”

 물건을 팔아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맛에 시장에 나온다는 A 씨는 지나가는 시민들을 쓸쓸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 예전에는 이렇게 나오면 옆에서 나물도 팔고 물건은 안 사도 그냥 얘기나 몇 마디 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

 겨울을 맞아 방한용품을 잔뜩 올려둔 A 씨는 찾는 사람 없는 매대 위 상품을 말없이 쓰다듬었다. 하루 매출보다는 인적이 드문 현실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A씨의 이번 겨울은 유달리 더 추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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