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유스타트업 이현영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해 세계 각국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양강 구도에 캐나다와 유럽이 제 3의 세력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국내외 반도체기업뿐 아니라 구글·테슬라 등 비반도체기업과 스타트업들도 앞다퉈 AI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AI 반도체는 학습과 추론 등 인공지능 서비스의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실행하는 반도체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좌우 할 수 있는 핵심 전략 기술로 평가된다.
오는 2030년이면 AI반도체 글로벌시장 규모가 약 135조 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 432조 8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이 치열한 기술 격전을 벌이는 배경이다.
국내 스타트업이 AI반도체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에 아직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거나 선두위치에 있는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쌓아온 반도체 산업 경험과 노하우, 산학연에 고루 분포해 있는 수십만 명의 인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궈놓은 규모의 경제까지 한국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AI 반도체 상용화의 선결 조건인 5G망도 이미 전국에 깔려 있다. 누구라도 세계를 이끌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정부도 향후 10년간 1조원을 AI 반도체 R&D(연구개발)에 투입하기로 했다.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을 바뀔 때 집중 투자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창출할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에 AI 반도체 시장을 이끌어 갈 국내 주요 AI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 퓨리오사 AI
퓨리오사AI는 반도체 칩 설계 스타트업이다. 자율주행 차량이나 데이터센터 등의 서버에서 AI 성능을 최적화할 반도체를 개발한다.
현재 글로벌 리딩 반도체 회사 인텔, 엔비디아 보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전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핫한 기업이다.
퓨리오사AI는 글로벌 AI칩 벤치마크 테스트 'MLPerf'에 참여해 실력을 인정 받았다. MLPerf는 구글과 바이두, 하버드 등 유수의 기업과 대학이 주최하는 글로벌 AI 칩 성능 테스트다.
테스트에 참여한 기업은 자신들이 개발한 AI 칩으로 이미지 처리, 언어 번역 등 까다로운 과제를 일정 수준의 정확도로 수행해야 한다.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퓨리오사 AI만이 과제를 수행해 결과를 제출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물체 감지, 이미지 처리 등 AI 칩 성능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에서 높은 수준을 보였다. AI반도체를 제품화하면 세계 유수의 IT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 받은 것이다.
네이버, 산업은행 등에서 대거 투자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AI반도체 개발 프로젝트에 서버용 AI 반도체 개발 기관으로 SK텔레콤과 함께 선정되기도 했다. 퓨리오사AI는 해당 사업에 SK텔레콤, KAIST, 포항공대 등 15개 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며 추론형 AI 반도체(NPU) 개발을 주도적으로 이끌 계획이다.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영상 인식, 자연어 처리 등 다양한 AI 모델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 결과를 실시간 추론하는 AI 반도체 개발을 주도한다.
또한 최근에는 미국 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실리콘 칩 제조에 최적화된 엔지니어들을 영입하는 등 실리콘 칩 생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퓨리오사AI는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 및 성능을 목표로 최대 8년간 3차례에 걸쳐 AI 반도체 칩을 제작할 계획이다. 자체적으로도 내년인 2021년 시장에 실리콘 칩 출시 계획을 갖고 있다.
◆ 딥엑스
딥엑스는 국내 최초 엣지 디바이스 응용을 위한 인공지능 기술 및 신경망 처리장치(NPU)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딥러닝 알고리즘 경량화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으로 방대한 딥러닝 연산처리를 돕는 NPU를 개발해 양산화하는 데 주력한다.
딥엑스는 2018년 설립 당시 코모시스템으로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딥엑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딥엑스를 설립한 김녹원 대표는 애플에서 수석 연구원을 지냈다.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에 사용되는 시스템 반도체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직접 개발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 전문가다. 앞서 IBM 왓슨 연구소에서 딥러닝 하드웨어 프로세서 개발에 처음 도전하기도 했다.
NPU는 4차 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 기술 적용에 필수적인 차세대 반도체로, 인공지능이 탑재된 IoT기기가 작동하기 위해 필수적인 핵심 요소이다.
딥엑스는 인공지능 하드웨어 기술, 인공지능 알고리즘, 인공지능 관련 응용 서비스를 개발 중이며 IoT기기에 적용될 고성능, 저전력, 저비용의 임베디드 인공지능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딥엑스는 지난해 8월 1차 NPU(개발코드명 GENESIS) 개발을 성공했으며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출범시킨 ‘차세대지능형반도체 기술개발사업’에서 초저전력 NPU 기술개발 과제의 총괄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를 통해 IoT 기기에 활용되기 위한 실시간 인공지능 추론연산 AI 반도체 개발을 주도한다.
이러한 기술 개발의 결과로 10여 건 이상의 원천기술 특허를 확보해 올해 한국일보가 주최하고 한국특허정보원과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이 후원하는 ‘2020년 대한민국 우수특허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능형 반도체 원천기술과 NPU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국내 VC 투자자들로부터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완료한지 1년 만에 연말 추가 투자 유치에 나선다. 투자 유치 목표액은 50~100억원 수준이며 이번 투자 라운드를 기반으로 NPU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또한 딥엑스는 올해 12월 상용 수준의 NPU를 개발해 내년 상반기까지 시제품에 대한 검증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다. 이후 고객사 데모를 시연을 거쳐 양상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 스카이칩스
지난해 설립된 스카이칩스는 국내 유일 자체 기술로 무선 충전 송·수신 칩을 개발하는 시스템반도체 스타트업이다.
AI 기반 지능형 시스템 반도체 설계기업으로 출범한 이 업체는 RF Solution, Power Solution, AI Solution 기술을 확보하고 IoT-웨어러블 기기 간 무선 전력 전송 및 무선 통신용 IC 설계 기술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스카이칩스는 현재 모바일 및 IoT 디바이스, 가전제품용 RF 칩셋, 전력용 반도체와 이를 접목한 RF 무선 전력 전송 반도체 설계, 고속 데이터 통신용 5G RF 칩셋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AI 기반 빔 형상 추정 및 폭 제어를 통해 무선 전력 전송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기술과 실시간 위치 추적을 위한 고해상도 디지털 필터 기술도 개발하는 중이다.
스카이칩스 솔루션의 또 다른 특징은 AI 기술을 접목한다는 것이다. 송신기가 머신러닝을 통해 전자기기 인지 능력을 학습한 후, 기기 위치를 스스로 그리고 빠르게 감지해 빔을 정확하게 전송한다. 전력을 실은 RF가 인체에 닿을 가능성을 낮춰 전자파 노출을 최소화하고 전력 전송 효율을 최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스카이칩스는 해당 솔루션으로 시장을 열기 전까진 주요 대기업과 중견 중소기업의 개발 과제로 매출을 일으켜 안정적 재무 기반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번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한 국내 상장 팹리스 회사와는 블루투스로에너지(BLE) 기술과 관련 칩을 공동 개발한다.
스카이칩스는 올해 시제품을 통해 다양한 IT 기기 제조사에 제품 성능을 알릴 예정이며 내년께 제품과 상용화 설계 자산(IP)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