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균 HD현대重 대표, 경영 성과 타고 리스크 정면돌파
올 초 대표 재선임, 2023년 적자 고리 끊어내 조선업 호황기 본격 진입 미래 경쟁력 강화 나서 파업 리스크 등 암초 직면, 경영성과 발목 우려
[이슈앤비즈 박소란 기자]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가 올해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내고 있다. 조선업 호황 속 올 상반기만 탱커선 4척,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3척,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3척,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 12척 등의 수주를 했다고 18일 밝혔다.
최근에는 신사업 발굴에도 힘 쏟고 있으며, 해상풍력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하반기도 실적 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 대표는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갖고 있다. 노사 갈등, 사업장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대표적이다.
◆40년 정통 HD현대맨, 생산현장 전문가 수식어
이 대표는 1961년생으로 인하대학교 조선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HD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HD현대에서만 40여년간 몸담은 그는 주로 선박 생산‧건조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에 생산 현장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며, 2011년에는 HD현대중공업 외업부문 담당 상무로 발탁됐다. 이어 2015년 HD현대삼호중공업 생산부문장(전무)을 거쳐 2017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HD그룹 내에서 두터운 신뢰를 받았던 이 대표는 2018년 11월 HD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에 선임됐으며, 2020년 친정인 HD현대중공업으로 다시 복귀했다. 이듬해 곧장 대표이사 자리를 맡게 된 그는 HD현대중공업의 부활을 이끈 주역이 됐다.
당시 이 대표는 최고경영자로서 안전사고 및 코로나19 등으로 다소 어수선했던 내부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수습했으며, 조선업 불황기 극복에 선봉장으로 나서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실제 그가 대표를 맡았던 2021년 HD현대중공업의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 8조3113억원, 영업손실 8003억원으로 적자전환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상황에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전략으로 HD현대중공업의 적자 고리를 끊어 냈다.
2023년 이 기업이 올린 매출은 11조9639억원, 영업이익의 경우 178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실적 개선 흐름이 지속되고 있으며, 상반기만 연결기준 실적은 매출 6조8717억원, 영업이익 2169억원 등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 가량, 영업이익은 8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에 재선임 된 이 대표는 본격적인 미래 조선산업을 주도할 친환경 선박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역량을 집중한 상태다.
그는 이와 함께 사업 다각화 노력도 이어가고 있으며, 특수선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비롯해 암모니아·수소 운반선·자율운항 선박 등 앞으로 수요가 증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친환경선박에 대한 기술 고도화에도 속도를 냈다고 전했다.
◆과거 실적 개선 등 주도, ‘리더십’ 재조명
녹록지 않았던 사업 환경에서도 실적 개선 등의 성과를 낸 그에게 HD그룹에서 거는 기대감도 크다. 올해도 수주와 실적 모두 좋은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조선가 가격도 우상향 중으로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다. 다만 내부적으로 노사 갈등이 리스크로 떠올랐다. 동정 조선사들의 단협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지만, HD현대중공업은 노조와 여전히 대립 중인 상황이다.
당장 노조는 HD현대중공업이 부분파업이 종료되는 18일 사측이 3차 제시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하루 전체 파업 혹은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이 대표가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임단협을 조기 마무리하며, 생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낸 만큼 재차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선 업황은 슈퍼 사이클로 이제 막 진입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다만 노조의 파업은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에 이 대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파업 리스크 해소 외 그에게는 중대재해 방지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올해 중대재해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조선소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올랐고 이 대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소환됐다.
노사 갈등과 반복적인 사망 사고를 둘러싼 잡음이 지속되면서 그간 올려왔던 수주 성과 등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반기 실적도 이들 리스크로 인해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글로벌 발주 증가에 발맞춰 미래 일감을 따내는 데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자칫 파업 등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 이 대표가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고 다시 장기적 성장에 온전히 주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