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전남 장흥군 "부녀 작가 기념관 건립 추진"

2024-10-11     박현정 기자
사진은 1995년 4월 15일 전남 목포문학관 뜰의 김현 기념비를 찾은 한승원(왼쪽)과 한강(가운데) 부녀의 모습/사진=(장흥=연합뉴스)

 

[이슈앤비즈 박현정 기자] 노벨문학상 수상의 위업을 이뤄낸 한강 작가의 고향, 아버지 한승원 작가의 고향 전남 장흥에서 축하·기념 사업 구상이 곧바로 이어지고 있다.

김성 장흥 군수는 한승원·한강 부녀 작가 기념관 건립 희망을 드러냈다.

김 군수는 11일 한승원 작가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 토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한 작가와 동석해 "세계에서, 대한민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부녀 작가의 기념관, 한승원과 한강 작가의 기념관을 건립해 문림의향의 고장인 장흥을 더 드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장흥을 어떻게 지명처럼 길게(長) 흥할(興) 수 있도록 할까 생각해왔는데 한강 작가와 한승원 선생을 통해서 이어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며 "노벨문학상을 계기로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그런 고장으로 변모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노벨 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대통령 기념관을 목포에 짓고 광주에는 김대중컨벤션터 가 있듯이 (한강 작가의 고향인) 광주에서 욕심을 내지 않을까 싶다"며 "군수님도 욕심이 대단하다. 그 아이의 흔적을 여기(장흥)에 남기고 싶어 하는 것을 저로서는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에 소설가 한강/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소설가 한강은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아시아 여성이 123년 역사의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 작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림원은 이어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면서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부연했다.

한강은 앞서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에서 영연방 이외 지역 작가에게 주는 인터내셔널 부문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1970년 11월 전라남도 광주에서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태어난 그는 이후 서울로 올라와 풍문여고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처음에는 시인으로 출발했다.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죽음과 폭력 등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를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내는 독창적이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014년작 장편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2021년작 '작별하지 않는다' 등으로 한국 현대사의 깊은 어둠과 상처를 소설로 형상화했다.

그 밖의 대표작으로는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검은 사슴',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등이 있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4000만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