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연임 포기…"능력있는 후임 기대"

[이슈앤비즈 김현동 기자]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금융당국의 중징계 결정으로 인해 행정소송을 통해 징계 효력을 정지시키지 않을 경우 연임이 어려운 만큼, 손 회장이 당국을 상대로 한 소송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18일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면서 "앞으로 이사회 임추위(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완전민영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입장문 발표에 앞서 이날 오전 우리금융 이사회 구성원들과 만나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의 연임 포기는 이날 오후 차기 회장을 뽑기 위한 우리금융 임추위 첫 회동을 앞두고 나왔다. 손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차기 회장 후보에 손 회장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임추위 회의 이전에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이다.

손 회장은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했고,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가 다시 출범하면서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했다. 2020년 3월 회장과 은행장 겸직 조항을 없애면서 이후 회장직만 유지하고 있다. 손 회장의 회장 임기 만료일은 오는 3월 25일이다.

손 회장의 이번 연임 포기 발표는 예상밖이다. 손 회장은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의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부당권유에 대한 '문책경고' 결정 발표 이후 소송 여부를 놓고 고심해왔다. 이미 지난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문책경고 제재에 대한 행정소송에서 최종 승소했고, 라임펀드 제재의 근거인 자본시장법 상의 부당권유는 제재의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금융투자상품 부당권유에 대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에 대한 '문책경고' 제재는 선례가 없을뿐만 아니라, 중징계를 내릴 만한 고의성이나 과실의 엄중함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에서다.

손 회장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문책경고' 제재로 인해 손 회장은 향후 3년간 금융권 신규 취업이 제한되고,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도 불가능하다.

손 회장이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차기 회장 후보군에 쏠린다.

임추위는 이날 회동에서 롱리스트(1차 후보) 10여명을 추린 뒤 이달 하순 숏리스트(최종 후보) 2∼3명을 확정할 예정이다.

손 회장이 후보에서 제외되면서 차기 회장 후보에는 내부 출신으로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권광석 전 행장, 남기명 전 부행장, 이동연 전 부행장 등이 거론된다. 외부 출신에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의 유력 후보로 회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