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분석]DL, 불안한 지배구조에 '대림' 버리고 DL케미칼·DL에너지 키우기
사익편취 사각지대 대림피앤피, DL케미칼 합병 소멸 DL케미칼 국내외 내부거래 집중 DL에너지 자회사 내부거래 지속 증가
이해욱 회장 취임후 DL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한 DL그룹이 불안한 지배구조의 대림보다 지주회사인 DL 산하 DL케미칼, DL에너지와의 내부거래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해욱 회장 입장에서 펀드의 경영권 개입 여지가 남아있는 대림보다는 본인이 선택한 DL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공정거래위원회의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DL그룹의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은 2021년 대림, 켐텍 2개사에서 올해부터는 대림, 디클라우드, 오브이, 가산디씨에스엘원, 대림AMC 등 5개사로 늘어났다.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총수일가가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대림이 포함되고, 대림의 50% 이상 지분 보유 자회사가 추가됨에 따른 결과다. 켐텍은 친족경영으로 분리돼 계열에서 제외됐다.
DL그룹의 지배구조에서 대림은 최상위 기업이다. 대림(옛 대림코퍼레이션)은 이해욱 회장이 5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강성부 펀드의 지분을 넘겨받은 에코그란데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26.6%의 2대 주주로 자리잡고 있다. 강성부 펀드의 경영참여 영향으로 이해욱 회장은 2020년 DL(옛 대림산업)의 사내이사 연임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림코퍼레이션의 폴리머 사업부문은 대림피앤피로 떨어져나갔고, 대림피앤피는 DL케미칼에 흡수합병됐다.
대림피앤피는 대림이 82%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여서 2021년 사익편취 규제의 사각지대 회사로 분류됐었다. 대림피앤피는 국내 계열사를 통한 내부거래 비중은 0.3%에 불과했지만 상하이 소재 DAELIM YIBIANSHI TRADING을 통한 해외 내부거래 비중이 17.5%에 달했다. DL케미칼(옛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문)은 대림이 아닌 DL의 자회사(지분율 88.9%)여서 사익편취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특히 DL케미칼은 대림피앤피와의 내부거래가 집중되는 곳이기도 하다. DL케미칼은 2021년 대림피앤피와의 상품·용역거래가 1조194억9400만원이고, 대림과 디렉스폴리머 등 국내 계열사를 통한 내부거래 규모가 1조258억7000만원이다. 국내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규모가 지난해 DL케미칼의 국내매출액(5624억8900만원)의 1.8배 수준이다. 국외 매출을 포함한 총매출액 기준 내부거래 비중은 70%에 달한다. DL케미칼이 대림피앤피를 흡수합병하면서 사익편취 규제에서 벗어나고, 동시에 DL 중심의 사업재편도 원활히 이룰 수 있는 셈이다.
DL케미칼만이 아니다. DL에너지 자회사와의 내부거래도 늘어나고 있다. DL에너지의 국내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13.2%에 그치고 있지만, 하이웨이솔라(61.8%), 포승그린파워(22.8%)는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키우고 있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 중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곳은 대림AMC 정도다. 대림AMC는 이해욱 회장이 취임하기 이전인 2016년 설립된 리츠(REITs) 자산관리회사다.
대림AMC는 이해욱 회장 취임 전인 2018년까지만 해도 내부거래가 없었으나, 2019년 대림제6호부산우암동기업형임대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한 매출이 처음으로 일어났다. 지난해에는 리츠와 부동산시행사, 부동산PFV 등 총 11억원의 내부거래 덕분에 흑자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