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분석]한진, 경영권 분쟁 일단락·잉여현금 창출…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제

2022-09-05     김현동 기자

코로나19에 따른 여객 수요 부진으로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섰던 한진그룹이 대규모 잉여현금을 창출하고, 경영권 분쟁도 끝냈다. 재무적 안정성과 경영권 안정을 동시에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장기 과제로 꼽혔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고, 재무적 부담도 통제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

5일 NICE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지난 6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264.5%, 차입금 의존도는 42.4%로 2020년의 부채비율 660.6%, 차입금의존도 61.7%에서 대폭 개선됐다. 그룹 차원으로 보면 2020년 574억원의 적자였던 잉여현금흐름은 지난 3월말 기준 8980억원의 잉여현금을 창출했다.

한진그룹의 재무적 변화는 2020년 이뤄진 산업은행의 한진칼 출자(5000억원)와 교환사채 인수(3000억원), 영구채 인수(3000억원)와 유동화차입금 인수(7000억원)를 비롯해 제동레저 매각(230억원) 등 자구계획이 맞물린 결과다. 지난해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유상증자(3조3160억원)과 송현동 부지 매각(5579억원) 등이 이뤄졌다. 한진그룹은 총 4.5조원에 이르는 유상증자와 1.5조원에 달하는 자구계획 이행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1.8조원)을 크게 웃도는 유동성을 확보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화물사업 중심의 채산성 향상으로 영업창출현금이 크게 증가하면서 2021년 이후 그룹의 현금흐름이 크게 개선됐다"면서 "육상운송 부문의 대규모 택배인프라 투자에도 불구하고 항공운송 부문의 신규 항공기 도입 이연으로 그룹 전체의 투자자금 소요가 축소되면서, 그룹 전체적으로 2021년 2.7조원, 2022년 1분기 0.9조원의 대규모 잉여현금을 창출했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에도 재무부담 수준은 높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NICE신용평가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약 500%, 차입금의존도는 약 50% 수준으로 추산했다.

문아영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중단기적으로 화물사업이 영업실적 하방을 지지하는 가운데, 주력사업인 국제 여객부문의 점진적인 수익창출력 회복으로 양호한 이익창출력이 예상되는 점, 과거 회사의 부채비율 수준, 항공업종 특성 등 감안 시 현재 양사의 재무수준에서 통합이 이뤄질 경우 예상되는 회사의 재무적 부담 수준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평했다.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에서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한국기업평가 김종훈 책임연구원은 "미국 경쟁당국이 본 건 합병 심사를 ‘심화’ 단계로 격상함에 따라 불확실성은 다소 높아졌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과정에서 경쟁제한성 완화 조치들이 기부과된 점을 고려할 때 인수 성사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NICE신용평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통합 운영 시 대한항공은 국내 유일한 대형항공사(FSC) 지위를 보유하게 되고, 글로벌 업계 내 시장지위가 상승하면서 규모의 경제 확보, 노선 및 기단효율성 개선 등으로 사업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 년간 지속됐던 경영권 분쟁도 일단락돼 지배구조의 안정성도 기대된다.

반도그룹(대호개발·한영개발·반도개발)은 지난 1일 공시를 통해 한진칼 지분 1075만1000주(15.75%)를 처분해 보유 비율이 17.91%에서 2.16%로 축소됐다. 반도그룹의 지분 축소 직후 한진칼의 우호세력인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113만주 매입하면서 지분율이 13.21%에서 14.78%로 늘어났다. 조원태 회장 등 특수관계자 지분(20.34%)과 한국산업은행 지분(10.58%) 등을 감안하면 조 회장 측 지분이 45.7%에 달한다. 호반건설(호반건설·호반) 측 지분 16.44%(8월25일 기준)만으로는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수준이다.

2018년 행동주의펀드 KCGI의 한진칼 지분 매입 이후 4년째 이어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