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분석]현대백화점, '지누스' 인수에 순차입전환

한국기업평가 '2022년 그룹분석 보고서' 지누스 인수로 6월말 기준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 전환 "보수적 투자 기조 변화 가능성, 대규모 투자 여부 모니터링"

2022-09-01     김현동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의 지누스 인수로 인해 무차입 기조에서 순차입 기조로 전환됐다. 지누스 인수가 현대백화점그룹의 재무안정성에 변수가 될 지 주목된다.

1일 한국기업평가의 '2022년 그룹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6월말 기준 순차입금이 1조3064억원에 이른다. 2019~2020년까지 순차입금이 -5400억원, 1823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차입경영으로의 본격적인 변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3년간 매년 5000억원 이상의 자본적지출(CAPEX)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영업현금흐름이 1조원에 가까워 잉여현금흐름(FCF)는 플러스를 유지해왔다. 2019년 잉여현금흐름이 2253억원이고 지난해까지도 2547억원을 유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민간소비가 위축됐던 2020년에도 현대백화점그룹의 잉여현금흐름은 214억원을 유지할 정도로 우수한 현금창출 능력을 보였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5월 8789억원의 현금을 투입해 침대 매트리스 및 가구 제조업체 지누스 지분 617만주를 취득했다. 구주와 신주 인수에 이어 추가로 장내매수까지 나서 지분율을 36.88%로 끌어올렸다.

순차입 경영기조로의 전환에도 현대백화점그룹의 재무안정성이 당장 위협받는 것은 아니다. 2022년 6월말 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63.8%와 20.2%로 여전히 안정적인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들어 홈쇼핑과 가구 및 건자재 부문의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지누스 인수가 독배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기평은 현대백화점의 백화점과 패션사업 부문은 안정적인 영업실적을 보이겠지만, 가구 및 홈인테리어 사업 부문에 대해 수익성 저조를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누스 인수에 따른 차입금 증가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기평은 "코로나19 영향 완화로 외부활동이 늘어나면서 가구 및 홈인테리어 등에 대한 수요가 약화되고, 교체 기간이 비교적 긴 내구재의 특성 상 코로나 시기 급증했던 수요가 단기간 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가구‧건자재사업의 경우 단기간 내 매출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급격한 건설경기 위축에 따른 경쟁 심화로 판가전 또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당분간 낮은 수익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한승 수석연구원은 "현대백화점그룹은 과거 재무안정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대규모 투자를 지양해 왔으나, 지누스 인수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등 급변하는 사업환경에서 대응력 강화를 위해 보수적인 투자 기조가 변화될 수 있어 향후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컨텐츠(가구, 홈인테리어, 패션) 확보와 오프라인 점포 확장에 비중을 두는 사업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한섬, 2011년 리바트, 2018년 옛 한화L&C 인수 등이 그 사례다. 2020년에는 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과 스페이스원(남양주 아울렛)을, 2021년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백화점인 더현대서울(여의도)을 개장하는 등 오프라인 점포 확장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