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비리 의혹으로 커지는 '이상 해외송금'…제2의 도쿄비자금 사태로 번지나

수상한 외환송금 규모 8조원 넘어서 가상자산거래소 연계계좌 다수…日 암호화폐 자금 국내유입 구속 사례 "해외 조직 연루" 추정

2022-08-15     김현동 기자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7월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거액 해외송금 관련 은행 검사 진행 상황'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상 거래로 의심되는 해외송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단순 이상 외화송금에서 비자금 등 권력형 비리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과거 A·B은행 도쿄지점의 비자금 의혹 등 자금세탁 관련 의심거래 등에서처럼 자금거래 추적이 어려운 해외송금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금융당국의 추가 검사와 함께 검찰, 국가정보원 등의 자금추적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주목된다.

14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을 거쳐 해외로 송금된 이상 자금은 65억4000만달러(약 8조5176억원)로 집계됐다. 우리·신한은행에서 확인한 이상 외화송금액 33억9000만달러에 나머지 은행에서 자체점검을 통해 확인된 31억5000만달러를 더한 규모다. 이는 지난달 27일 금융당국이 잠정 집계한 규모(53억7000만달러)를 크게 넘어선다.

이상 외화송금의 대부분이 가상자산거래소 연계 계좌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신한은행을 통해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코빗 외에 농협은행(빗썸·코인원), 전북은행(고팍스), 케이뱅크(업비크) 등에서 추가로 대규모 이상 외화송금 거래가 적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7일 점검에서 밝힌 의심거래 법인은 44개사였는데, 지난 12일 기준 이상 외화송금이 드러난 법인은 65개사로 불어났다.

금감원이 공개한 의심거래 유형은 ▲가상자산거래소 연계계좌 운영 은행(신한, 전북, 농협, 케이뱅크)으로부터의 입금거래 빈번 ▲타업체와 대표이사가 동일하거나 사무실, 일부 직원 중복 등 실재성 의심 ▲거래당사자 외 제3자 송금시 한국은행 신고의무 위반 ▲업체 업력과 규모 대비 대규모 송금과 수사기관 계좌조회 요청 등이다.

무역금융이 신용장(L/C) 개설에서 송금방식으로 바뀌면서 사전송금 방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암호화폐의 국내외 시세차익인 '김치 프리미엄'을 활용한 송금을 비롯해 소액 분할지급 방식의 소액 거래도 빈번하게 이뤄졌다. 신용장 개설 신청과 개설통지, 보험가입, 사후 대금청구 등의 번거로운 절차가 없다 보니 외국환은행의 관여 정도가 낮아진 것도 이상 외화송금이 잦아진 원인으로 풀이된다. 그러다 보니 이상 외화송금 거래 규모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다분하다.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대해서는 오는 19일까지 검사를 완료할 예정이나 필요시 연장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또 금감원은 "이상 외환송금 의심거래가 파악된 여타 은행에 대해서도 추가 검사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최근 검찰이 구속한 해외 송금 사례는 암호화폐를 이용한 국외 거래라는 점에서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대구지검은 지난 11일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외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유령 법인 관계자 3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일본에서 넘어온 암호화폐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세탁한 뒤 무역법인 계좌로 4000여억원을 해외로 송금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가상자산거래소가 자금세탁의 도구로 활용됐고, 외국환은행은 자금세탁 방지 활동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자금세탁이 용이한 암호화폐를 이용하고,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한 국외송금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국가정보원도 해외송금 관련 자금 흐름을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 추적이 어려운 국외송금을 활용한 대규모 거래라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비자금 조성 목적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와 연계된 조직적인 세력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과거 시중은행 A·B은행 도쿄지점에서 드러난 비자금 의혹과 연관짓고 있다. 당시 국외에서 유입되거나, 국외로 유출된 자금이 다시금 국내로 들어아 정치권 등의 비자금으로 조성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만약 8조5000억원대의 이상 외화송금이 비자금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외국환은행과 가상자산거래소 등에 대한 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환은행의 경영진은 내부통제기준 상 자금세탁행위 방지와 보고를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과 보고 의무를 지고 있다. 또 외국환거래법 상 일정횟수 초과 송금시 비대면 송금을 제한하고, 송금유형별 지급절차 준수여부 보고장치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