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돋보인’ Startup] ‘누리호’가 쏘아 올린 우주산업 ‘희망’…스타트업이 이룬다

2021-10-22     선태규 기자
순수 우리 기술로 설계하고 제작한 우주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발사됐다. 절반의 성공에 그쳤지만 한국 우주산업의 희망을 쏘아올렸다는 평가다./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KARI TV 유튜브 캡쳐

 

[더블유스타트업 선태규 기자] 마침내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불을 품으며 하늘을 날았다. 더미 위성이 목표 궤도에 안착하는 데 실패하며 ‘절반의 성공’에 그쳤지만 11년 7개월의 땀과 눈물이 담긴 ‘값진 비행’이었다. 

누리호는 단순히 누리호가 아니다. 한국 우주산업의 현주소다. 따라서 이번 비행은 한국 우주산업의 비상을 본 것이다. 

현재 글로벌 우주산업 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미미하다. 정부가 아닌 민간이 이 산업을 주도해야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그래야만 글로벌 업계 판도를 한국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누리호 발사로, 국내 우주산업의 밝은 미래가 열렸다. 이제 그 미래를 활짝 열어젖힐 우주산업 스타트업들을 주목해 보자. 
  
◆이노스페이스, 소형위성 발사체 시장진출 본격 추진 

“우주 스타트업은 실패가능성 높은 분야에 도전하므로 이를 감안한 과감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 현행 제도보다 더욱 신속하고 실효적인 정책지원이 있어야 한다”

이노스페이스 김수종 대표는 지난 9월 열린 ‘우주산업 분야 스타트업 육성 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의 우주기술 경쟁력이 주요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고 관련 사업이 정부·공공기관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한 현실적인 일침이다.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가 독보적인 소형 발사체 기술을 보유하기까지의 역경을 담아낸 제언이기도 하다. 

하이브리드 로켓을 기반으로 소형 위성 발사체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는 이노스페이스는 최근 과감한 투자유치를 성공시키며 시장진출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지난 7월 이노스페이스는 25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업계에 따르면 컴퍼니케이파트너스, 퓨처플레이 등 기존 투자자가 대거 참여했고 SV인베스트먼트, L&S캐피탈 등이 신규 참여했으며 코로롱글로텍은 전략적 투자자로 합류했다. 

코오롱글로텍은 특히 주목된다. 위성 발사체 시장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복합소재 사업을 확장해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겠다는 ‘빅 픽쳐’를 전제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글로텍은 60억원의 전략적 지분투자를 실시했으며, 이노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시험발사체 연소관, 노즐 부품 등에 자사의 복합소재 제품을 적용하고 있다. 향후 공동개발을 통해 발사체의 주요 부분을 복합소재로 제공하고, 장기적으로 대형 발사체 및 위성 프레임 등까지 적용 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다.

유로컨설트 등에 따르면 반도체 등이 발달로 소형 위성이 대형 위성을 밀어내는 추세이며 2020년 3조원 수준인 소형위성 시장규모는 2027년 37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노스페이스는 투자자금을 소형 발사체 시험발사 등 기술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노스페이스 김수종 대표는 하이브리드 로켓에 대해 “고체로켓과 액체로켓의 장점을 살려 안전성·경제성·추진제어 성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척박한 환경이지만 민간분야 성공사례를 만들고 세계시장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연말까지 액화메탄 기반 시험발사체 쏘아올린다

“구름 사이 별들을 보며 다른 세상을 상상하는 돌연변이 동료를 찾습니다”


최근 화제가 됐던 이색적인 구인광고 문구 일부다. 그 광고는 초소형 우주로켓 스타트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올렸다. 이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남다른 안드로메다적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이 업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효율 메탄을 기반으로 한 액체 우주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초소형 우주 발사체 ‘블루웨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발사체’를 목표로 기술개발을 진행 중인 회사답게 블루웨일은 길이 8.8m, 무게 1.8t으로 크기가 아주 작다. 미국 로켓캡의 초소형 로켓 발사체는 길이 17m, 무게 12.5톤이다. 

페리지가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는 투자였다. 2019년 6월 삼성벤처투자,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으로부터 7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당시 페리지 신동윤 대표는 “회사를 ‘스텔스 모드’로 운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금을 지원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100억원이 넘는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12월에는 산업은행이 50억원을 투자했다. 이같은 투자는 페리지의 기술력과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페리지가 개발 중인 소형 발사체는 모든 부품을 제한된 사이즈 내에서 만들어 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로켓 엔진이나 터보 펌프 등 모든 부품들을 자체 개발해서 충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좀 늦어도 시행착오를 거쳐 가며 한발한발 자체 기술력을 쌓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페리지는 올해 말까지 액화메탄 기반 시험발사체를 고도 100km 이상 쏘아올릴 계획이다. 

페리지 신동윤 대표는 “기술적인 문제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계획이 지체됐다”며 “향후에는 시험발사 등을 거쳐 소형 인공위성 발사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부산 해양나노위성 제작한다  

부산시가 우주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부각되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초소형 위성 전문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가 그 주인공. 

부산시는 우주산업 육성 차원에서 2023년까지 200억원을 투입해 초소형 해양인공위성을 개발·제작할 계획이며 제작될 해양위성은 12U(1U=10㎝×10㎝×10㎝)급 해양나노위성 2기다. 

이 위성 본체를 나라스페이스가 제작한다. 

인공위성은 무게에 따라 대형(1000kg 이상), 중형(500~1000kg), 소형(100~500kg), 초소형(10~100kg)으로 나뉘는 데 나라스페이스는 1~10kg 무게의 초소형 위성(나노위성)을 주력 제작하고 있다. 초소형 위성시장은 비용이 저렴하고 효율적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IT기술 발달로 부품이 고집적화·소형화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발사 목적이 바뀐 것도 초소형 위성에 수요가 몰리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인공위성의 궤도 안착이었다면 지금은 인공위성으로부터 얻는 데이터로 바뀌었고, 데이터 확보에 초소형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기도 쉽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인공위성 제작은 물론 데이터를 확보하고 가공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데 필요한 솔루션까지 연구·개발하고 있다. 

나라스페이스의 목표는 동일 성능대비 가장 크기가 작은 위성이자 서브시스템 및 시스템 단위에서 가장 효율적인 위성체를 개발하는 것이다. 또 2023년까지 나노위성을 발사를 성공·완료하는 것이다. 

투자지원이 없이는 목표 달성은 힘들다. 나라스페이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35억원의 투자금을 지원받았고, 추가 투자유치 계획을 갖고 있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박재필 대표는 “핵심적인 기술과 부품을 국산화한 한국형 위성을 반드시 개발할 것”이라며 “특히 나노위성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