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트업 2.0] 세계 시장으로 뻗어가는 역군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여전히 미흡함에도 불구 해외시장 노크해 성공사례 일궈낸 기업들 증가 아이쉐어링소프트‧오스테오닉‧홍복 등
[더블유스타트업 채명석 기자] 조혜령 아이쉐어링소프트 대표는 창업 전까지 초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어머니이자 남편과 함께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맞벌이 부부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바쁜 일과 속에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은 늘 부족했고, 무엇보다 혼자서 학교와 학원에 다니고 집에서 지내야 했기에 걱정이 떠나질 않았다. 조 대표는 이러한 사건, 사고를 막기 위해 부모가 직접 대처할 방안을 모색했고, 이러한 고민의 결과물이 스마트폰 위치 기반 아이 보호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아이쉐어링’이다.
아이쉐어링 앱을 실행하면 전 세계 실시간으로 가족과 친구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통상 위치 애플리케이션은 GPS(위치 정보시스템) 사용에 따른 배터리 사용량, 위치 정확도, 프라이버시 문제가 항상 존재한다. 아이쉐어링 앱은 24시간 동안 사용해도 배터리가 1%만 소모되는 배터리 세이브 기술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특허 승인을 받아 배터리 걱정 없이 안심하고 앱을 사용할 수 있다. 위치 정확도는 약 10m의 오차 안팎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조 대표는 2015년 한국에 아이쉐어링소프트 법인을 설립하고, 1년간 코트라(KOTRA)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국내외 행사에 참여했다. 신생기업이 해외 투자자가 참여하는 행사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아이쉐어링소프트는 규모가 크든 작든 조건을 따지지 않고 기회만 있으면 최선을 다해서 창업지원과 관련된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던 중, 코트라가 주관한 ‘2015년 크리에이티브 스타트업 코리아’에 참가했다. 회사 부스의 위치가 구석진 곳이어서 사람들이 들리지 않고 지나치기 쉬운 자리였지만, 조 대표는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방문객을 만나고 앱 서비스를 설명했다. 덕분에 아이쉐어링에 관심을 가진 여럿의 미국 투자자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나갔고, 이들 가운데에는 미국 뉴욕 최고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ERA’에서 온 뮬랏 대표도 있었다. 아이쉐어링소프트는 ERA가 2016년 진행한 겨울 정규 프로그램에 국내 스타트업으로는 최초로 선발됐고, 투자 상담도 성공적으로 진행해 2016년에 한국의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했다.
현재 아이쉐어링 앱은 전 세계 300여 국가에서 1000만 명 이상이 다운로드해 사용하는 이 분야 대표 앱으로 성장했다.
◆해외 창업 통해 전 세계 국가로 서비스
작은 국내시장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해외시장에 도전하는 예비창업자와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스타트업 지원 민간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리서치회사 오픈서베이와 함께 스타트업 창업자 166명, 스타트업 재직자 250명, 대기업 재직자 500명, 취업준비생 200명 등 총 111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정리해 지난 3일 발표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스타트업은 37.3% 정도가 해외시장에 진출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에 아직 진출하지 않은 기업은 70.2%가 해외 진출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해외시장 진출 방법 가운데에는 해외 마케팅을 통한 제품 판매 이외에도 현지 투자자들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아 외국에서 창업하는 것도 있다. 해외 창업은 낯선 문화, 언어장벽 혹은 이질적인 고객의 정서 등을 생각하면 국내 창업보다 훨씬 어렵고, 도전을 결심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런데도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해외 창업에 도전해 성공한 사례들이 다수 있다. 아이쉐어링소프트가 이에 해당한다.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 욕구는 크지만,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프랑스 파리 스타트업 전문 전시회(VIVA TECH 2018)’에 참가했던 128개 부스 참가업체와 318명의 참관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정리해 2018년 7월에 발표한 ‘글로벌 시각에서 본 한국 스타트업의 현주소’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한국 스타트업의 존재감은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미미한 수준이었다. 전반적인 한국 제품‧서비스의 경우 인지도를 비롯하여 기술력, 품질‧디자인 등 항목별 평가에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기술력을 기준으로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등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신산업 업종별 평가는 선진국의 60%대 수준이었으며 특히 미국을 100점으로 할 때 한국의 평균 점수는 55점에 불과, 격차가 상당히 큰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스타트업 게놈 프로젝트에서 발간한 ‘2017년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도 스타트업 활동지수, 투자여건, 시장조건, 정부 정책 등을 고려했을 때 서울의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는 세계 20위권 밖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협회는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수출 및 해외 진출 확대에 초점을 맞춘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초기부터 글로벌 진출을 목적으로 한 스타트업의 스케일업(Scale-up)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척박한 환경이지만, 그래도 국내 스타트업들은 지속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추진하고 있으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어나가고 있다.
◆진입장벽 높은 의료기기 분야서 기술로 승부
2012년 창업한 오스테오닉은 두개골과 구강악 안면의 골절, 암이나 기형으로 손상된 뼈의 접합에 사용되는 의료용 플레이트와 스크루 등을 생산하는 의료기기 제조·판매 기업이다. 상장 창업기업 지원의 첫 결실로 ‘창업도약패키지 상장아카데미 1호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일찍이 해외 마켓으로 진출해 향후 성장세가 기대되는 유망 스타트업이다.
오스테오닉의 주 분야는 성형용 임플란트 및 골절 치료·골조직 재건을 위한 의료용 임플란트, 관절 접합 부위에 사용되는 플레이트 등이다. 임플란트 등은 생분해 기술을 적용한 생분해 의료기기로, 단순허가신고만으로 허가가 나는 1등급 의료기기와 달리, 안전성과 유효성 등 여러 과정을 통해 허가되는 4등급으로 분류되어 있다. 체내에 삽입 후 분해되는 의료기기이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어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어, 생분해성 복합소재를 활용한 의료소재 시장의 전망은 밝다. 생분해성 폴리머에 기반한 복합소재 제품의 장점은 응력 차폐 현상이나 영상 이미지의 왜곡이 없고, 또한 생체 세라믹 성분으로 골 형성유도 능(Osteoconductive)을 가지며 뼈의 재건을 효과적으로 돕는다. 오스테오닉은 최근에는 반려동물용 임플란트 등을 개발해 새로운 니치마켓을 창출해나가고 있다.
오스테오닉의 신제품은 선행기업들을 롤모델로 하여 개선하고, 병원들과 협업 및 제품 피드백을 통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증진한 제품이다. 이를 통해 타사의 생분해성 제품과 소재적인 면에서 차별화된 점을 특허를 통해 증명했으며,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차별화된다. 최근에는 2년간 상장해있던 코넥스 시장에서 기술성 평가를 통해 코스닥 이전상장에 성공했다. 창업진흥원의 창업도약패키지 상장아카데미의 지원이 기여했다. 오스테오닉은 다양한 상장전문위원 및 선배 기업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정관 정비, 특수거래 관계 정리,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 등 전방위적인 멘토링을 받았다. 이런 멘토링 등을 토대로 창업도약패키지 상장아카데미 코스닥 상장 1호 기업이라는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
매년 매출의 50% 이상을 수출에서 올리고 있는데 국내외 70개 대리점 중 30개 이상이 해외에 있으며, 43개국에 판매망을 구축했다. 현재도 지속해서 해외 인허가 및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홍채인식 기술로 4차산업혁명 시대 선도
㈜홍복은 2000년부터 홍채인식 기술을 개발해 미국 국방성으로부터 2년 5반 동안의 국방 기술 테스트를 통과하여 제품을 납품한 경험이 있으며 미국 및 한국에서 모바일 홍채인식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홍채인식은 사람의 생체 정보를 이용한 인식 기술의 한 분야로 가장 정확도가 높고 복제할 수 없어 보안 및 의료 분야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홍복은 심층적 보안 솔루션과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아우르는 기술을 갖고 있다. 스마트워치에 내장될 만큼 소형화된 홍채 인식기를 개발했으며, 지금껏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안경 착용 시 홍채인식 기능을 구사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개발한 알고리즘과 양질의 홍채 영상 촬영 카메라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홍채인식과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헬스케어 사업이 홍복의 주요 사업 분야다. 홍복은 정보화 지원사업으로 전국의 지방의료원 등 각지에 모바일과 연동할 수 있는 출입관리 및 근태관리 시스템을 보급해 왔다. 사물인터넷(IoT)은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보안을 강화해 생체인식을 거친 후에 명령어를 수행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향후 홍복은 자체 개발 중인 인공지능 홍채진단 기술로 치매 전조증상 진단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 인공지능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의 인공지능 진단 서비스는 혈액채취 검사, 고가의 MRI 장비, 진단을 위한 방문 등 제약 요소가 많았지만, 홍채진단은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저가의 비용으로 고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홍채인식 렌즈를 핸드폰에 장착해 병원에 결과를 전송하면 인공지능으로 데이터를 분석해서 치매인지 암인지를 진단해주는 서비스가 가능해지게 된다. 전문의가 가진 지식을 인공지능으로 학습시켜서 공평하고 저렴하게 서비스를 살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홍채진단은 다른 진단과 달리 동시에 여러 질병의 진단이 가능하여 전조 질병 및 합병증까지도 진단함으로써 특정 전문 의료인의 편중된 의료 지식으로 인한 오 판독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날로 양극화되는 의료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