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트업 2.0] 바이오 스타트업, 지금이 시작이다
기업들의 전략적인 스타트업 투자 매우 중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본격화된 투자유치 성공 바이오산업 혁신 위해선 스타트업 활성화돼야
[더블유스타트업 이태영 기자] 바이오 스타트업 생태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최근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바이오 스타트업이 늘면서 시장이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바이오 스타트업 시장에서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바이오산업의 혁신을 위해선 스타트업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바이오는 거대한 산업이라기보다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수천개의 세부분야로 이뤄졌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 대한 높은 전문성과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려면 스타트업으로 접근해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아테나헬스, 존슨앤드존슨,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인큐베이팅 센터나 벤처캐피털(VC)을 설립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 바이오 스타트업 투자유치 소식이 잇따르고 있어 성장이 기대되는 분위기다.
◆유니콘기업 등장 후 뚜렷해지는 성장세
바이오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이 관측된 건 지난해 말이다. 바이오시밀러 제조 스타트업이었던 에이프로젠은 지난해 12월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의 유니콘기업 명단에 등재됐다. 200억원의 투자를 받은 뒤 규모를 키우기 시작했고, 지난해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어섰다.
에이프로젠은 2000년 제넥셀을 설립한 김재섭 대표가 2006년 현재의 회사를 인수하면서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았다. 2009년 자회사인 에이프로젠제약으로부터 바이오시밀러 기술을 이전받아 2014년 일본 니치이코 제약과 판권 계약을 맺으며 성장했다. 유니콘기업이 된 후에는 생명공학분야까지 품었다.
바이오 스타트업의 유니콘기업 등재 사례가 등장하자 시장에 ‘성장 가능성’이 자라났다. 지난해 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검찰 수사,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허가 취소 등 악재로 잠시 주춤했던 바이오산업 투자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바이오 스타트업에 불기 시작한 훈풍은 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점차 강력해졌다.
◆꼬리무는 스타트업 투자유치 성공 소식
최근 한 달 사이 투자유치에 성공한 바이오 스타트업은 세 곳이나 눈에 띈다. 신약개발 바이오업체인 샤페론은 지난달 20일 26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마무리했다. 샤페론은 2008년 10월 서울대 의과대학 실험실 스타트업으로 출발했다. 유럽에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2상을, 국내에선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당뇨병 등 만성질환관리를 위한 디지털 솔루션 개발업체인 휴레이포지티브도 지난달 초 15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매듭지었다. 이후 대기업 임직원 대상의 건강관리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 중이다. 디지털 체지방계와 연동해 체중과 근육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앱도 출시했다.
망막질환 치료제 개발사 카나프테라퓨틱스 역시 지난달 초 24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마무리했다. 카나프테라퓨틱스는 지난해 2월 설립된 바이오벤처로 가장 빠른 파이프라인은 망막질환 치료제다. 내년 초까지 보유한 파이프라인 대부분의 전임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유니콘기업 증가세 따라 커지는 기대감
이번 투자를 계기로 이들 기업은 사업 진행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업계에서는 올해 바이오업종 연간 투자액이 1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바이오산업 육성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바이오 스타트업 시장에서 또 다른 유니콘기업이 나올지 기대되는 배경이다.
최근 국내 유니콘기업의 탄생이 가속화된 것도 바이오 스타트업의 성장 속도에 힘을 보탠다. 과거 유니콘기업이 늘어나는 데 1년 이상 걸렸지만 2018년에는 3개사, 2019년엔 5개사가 신규로 등록됐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유니콘기업 수 증가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창업자와 벤처 투자자의 땀과 노력으로 생태계가 성숙하는 증거”라고 말했다.
또한 김이동 삼정KPMG 스타트업지원센터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해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국내 기업들의 전략적인 스타트업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