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트업 2.0] 유통혁명, 스타트업이 책임진다
신동빈 사재 출연한 '롯데엑셀러레이터'...성공사례 늘고 있어 CVC 설립으로 시너지 날 신규 기업 모집 적극 국내외 가리지 않고 유망 스타트업 지원하는 GS홈쇼핑
[더블유스타트업 이태영 기자] 국내 유통산업의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에 유통기업들은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유망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유통산업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자리잡은 사례로 유명한 곳이 '마켓컬리'다. 마켓컬리는 4년 전 '새벽배송'으로 시장은 물론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새벽배송은 고객이 전날 밤 주문한 신선식품과 생활용품 등을 다음날 오전 7시 이전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마켓컬리는 이를 통해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넘기며 국내 스타트업으로서는 4년만에 기존 유통강자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위치로까지 올라갈 수 있게 했다.
최근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든 유통산업에서 스타트업이 아이디어와 혁신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에 주요 유통 대기업들은 다양한 스타트업 육성에 팔을 걷고 나섰다.
◆롯데 신동빈 '롯데엑세러레이터' 설립
스타트업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 유통공룡 중 한 곳이 롯데다. 롯데는 지난 2016년 신동빈 회장의 지시로 창업보육기관인 ‘롯데엑셀러레이터’를 설립하고 스타트업을 지원해 왔다.
특히 신 회장은 법인 설립 자본금 250억원 중 50억원을 사재 출연할 정도로 큰 애정을 보이고 있다.
법인 설립 이후 초기 벤처회사를 선발해 2000만~5000만원의 창업지원금과 자문을 제공하는 제도인 '엘캠프(L-Camp)'를 통해 지원한 스타트업만 100여곳에 달한다. 실제로 엘캠프 5년 간 이들의 기업가치는 3배 이상 성장했으며 68%가 후속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사내벤처에 대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단순 투자뿐만 아니라 지난해 홀딩밴드형 기저귀를 출시한 바 있는 ‘대디포베베’와 중고거래 플랫폼 ‘마켓민트’ 등 실제 사업화에 성공하는 사례도 많다.
▲신세계, CVC 설립으로 선제적 투자
신세계그룹은 지난 7월 자본금 200억원(신세계인터내셔날(SI), 신세계백화점, 센트럴시티 공동출자) 규모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설립했다.
CVC란 대기업이 벤처투자(지분인수)를 위해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금융회사로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개발된 기술을 자사 사업에 적용하는 것이 CVC의 주요 역할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상생, 발전하는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통한 미래 성장 동력확보 및 신세계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규 사업을 모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이마트와 신세계아이앤씨를 통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동영상·이미지 기술로 무인매장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인터마인즈에 각각 5억원과 1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물건만 들고나오면 AI가 구매 품목과 구매자를 인식해 자동 결제하는 인터마인즈 기술은 미국의 무인매장 '아마존 고'와 유사하다. 이 때문에 당시 신세계가 미래형 유통 매장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법인 설립 이후에는 패션 쇼핑앱 에이블리에 30억원을 투자했으며 최근에는 ‘스마트 대한민국 멘토기업 매칭 출자 비대면 분야' 운용사로 선정됨에 따라 비대면 분야를 중심으로 유망 스타트업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GS홈쇼핑' 전세계를 무대로
GS홈쇼핑은 지난 2011년부터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GS홈쇼핑이 현재까지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전 세계 벤처기업 수는 현재 600여개로, 투자 총액만 3600억원이다.
투자대상은 플랫폼 등 커머스 분야 외에도 AI, 빅테이터, 마케팅, 온·오프라인 결합(O2O) 등 다양하다. GS홈쇼핑은 자사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벤처기업과 함께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의 협업을 한다.
성과도 보이고 있다. 국내 밀키트(반조리 간편식) 업체 '프레시지', 반려동물용품 배달 서비스업체 '펫프렌즈', 다이어트 코칭 벤처기업 '다노' 등이 GS홈쇼핑 투자로 성장한 대표적 기업이다.
또 GS홈쇼핑에서 상품을 판매한 투자 벤처기업들의 올해 1분기 총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50% 급증하기도 했다.
특히 GS홈쇼핑은 'CoE'(Center of Excellency)라는 전문가 집단을 통해 벤처기업들이 사업개발이나 마케팅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유통업계가 스타트업 지원을 사회공헌 사업의 일부로만 생각했다면 최근에는 '파트너'로서 그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기업 내에서도 스타트업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