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트업 2.0]180만 대군에 떨어진 특명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제패하라”
K-스타트업 2.0 뜬다 (1)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 충격 지속되는 가운데 각국 ‘자국 중심’‧‘디지털’ 중심 새시대 경제정책 수립中 韓, 코로나 극복‧경제회복 모범국가로 대두, 위상 높여 스타트업이 포스트 코로나 이끄는 주역으로 나서야 할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영향이 2020년 이후에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면서 산업 패러다임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기존 관행과 틀 속에서 산업을 지배해왔던 특정 소수의 기업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업화해 소비자들의 내재한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성장하는 기업, 특히 산업의 개미군단이라 불리는 ‘스타트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도 기업가정신의 회복을 위한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기업 가치가 1조 원을 넘는 ‘유니콘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K-스타트업’이라 명명한 이들이 코로나19 이전까지 ‘K-스타트업 1.0’ 시대를 이끌어왔다면, 코로나19 전후로 출현하고 있는 이들은 ‘K-스타트업 2.0’으로 진화하고 있다. <더블유 스타트업>은 이러한 스타트업 부문의 성장 고도화의 흐름을 살펴보고, 향후 성공적으로 창업 물결을 지속해 나갈 방향에 대해 짚어 보도록 한다. [편집자주]
[더블유스타트업 채명석 기자] “‘신(新)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180만 디지털 군대(기업)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제패하라.”
한국 산업에 내려진 새로운 특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불러일으킨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대변화’는 전 세계 경제를 충격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봉쇄(Lock down) 조치로 인해 모든 경영자원의 이동이 제약받으면서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격리되고 대외활동은 물론 국가 간 이동도 마비됐다. 공급과 수요 활동이 막히면서 실업률이 증가하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매출을 올리지 못한 자영업과 서비스‧제조 분야 기업들의 부도율이 올라 일자리 또한 감소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지만 특단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주요 국가의 경제 지표도 일제히 악화됐다.
◆코로나는 ‘위험한 상수’…경제 회복 매우 더딜 것
최근 들어 안정화되어 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3일(현지시각) 발표한 ‘10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4%로 지난 6월 대비 0.8%P 상향 조정했다. 내년은 0.2%P 내린 5.2%로 전망했다. 내년에 플러스 성장을 예측했지만, 이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이기 때문에 2019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뜻을 담고 있다.
경제 상황의 변수였던 코로나19는 이제 ‘상수’가 되었다. 상수라고는 하지만 예측을 가늠할 수 없는 ‘위험한 상수’다. 경제활동 재개의 필요조건인 면역제 개발 전까지는 불규칙적으로 감염이 반복 발생하기 때문에 이동 제한,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조치가 지속하여 경제 흐름이 언제라도 끊길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6월 발간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산업정책 방향에 관한 제언’ 보고서에서 코로나19는 경제에 ‘인력‧물자‧돈(자금)’ 등 3M으로 대변하는 모든 경영자원의 복합에 의한 부(負)의 상승효과를 일으켜, ‘돈(자금) 단독효과’에 불과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파급력이 훨씬 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고용 정상화에 6년이 소요된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GDP(국내총생산), 투자, 고용, 소득 등 경제 지표가 회복되려면 상당한 기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국 중심’과 ‘디지털’은 반대어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일으킨 경제 산업 활동의 불확실성은 ‘자국 중심’과 ‘디지털’을 키워드로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각국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산업정책의 기조를 ‘성장성’에서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여기서 ‘자국 중심’과 ‘디지털’이 경제 측면에서는 반대어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다자주의와 개방을 표방하는 자유무역의 상징인 글로벌 공급망을 단기간에 단절시켰는데, 이는 지역주의‧쌍무주의에 입각한 보호무역을 주창하는 이들에게 고립주의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고립주의, 즉 탈세계화는 국제협조 체계를 무너뜨려 국가 간 패권 경쟁을 가열시킨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대로 간다면 국제경제는 상당한 위협에 놓일 수 있다. 하지만 해소 방안을 남긴 것이 ‘디지털’이다 ‘디지털 기반(digital-driven) 경제’는 질병 확산 방지뿐만 아니라 재택근무 도입, 원격교육 시행 등 이동 제약으로 차단된 경제 산업 활동을 비대면‧비접촉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 채널로, 개방주의의 새로운 표현이다. 코로나19로 항공‧해운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방식에 의한 운송수단에 의한 물품 교역이 급격히 줄어든 반면,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 규모는 최근 들어 가장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개인 간(B2C) 거래 비중이 높았던 전자상거래가 기업 간(B2B) 거래로 확산하면서 오프라인 물품 교역의 감소 폭을 상당 수준 상쇄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도 막아주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패권을 누가 잡느냐의 관건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코리아 프리미엄’ 국가로 위상 반전
이런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가장 잘 대응하고 있는 국가는 당연히 대한민국이다. 한국은 철저한 방역으로 코로나19 확산을 효과적으로 저지해 청정국가로 인식되었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 등 강도 높은 규제를 준수하면 확산이 한창일 때에도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고, 진화된 인터넷 네트워크 등을 통해 재택근무 등으로 대부분의 기업이 정상에 가까운 활동을 지속했다.
내수가 어느 정도 받쳐주면서 감소했던 수출도 점차 회복해 9월에는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서는 등 대외무역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IMF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월 –2.1%에서 10월 -1.9%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다른 국제기구와 신용평가기관도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1.0%,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0%, 피치(Fitch)는 -1.1%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0.9%, 무디스 –0.8% 등 주요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과거에는 한국산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가치를 못 받는다는 뜻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산이기 때문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매하겠다는 ‘코리아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한국은 인정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인공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변화는 한국이 세계 경제에서 이전보다 훨씬 높은 지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군이 필요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스타트업’이 되어야 한다. 아날로그와 초기 디지털에 익숙해 있는 기존 기업들은 각자의 주력 사업에서 디지털 혁신을 통한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들이 맡은 분야는 한정되어 있다. 4차산업혁명과 함께 도래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분야에서 사업을 창조한다. 이미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이 기업가정신을 무기로 창업의 길로 뛰어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이 매년 발간하는 ‘창업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창업 후 7년 미만의 초기의 국내기업 수는 약 180만 개사 추정된다. 이들을 ‘한국 산업의 개미군단’이라고 칭해도 무방하다. 창업기업 모두 스타트업은 아니지만, 어쨌건 통계에 속하는 기업들은 한국 산업에 활력소를 불어넣고 있다.
기술 기업이라면 창업 후 7년은 가장 어려운 시기다. 사업 실패율도 상당히 높다. 과거보다 실패해도 재기의 기회 문턱이 낮아져서 이들은 또다시 도전한다. 수차례의 도전과 실패 끝에 어려움을 극복해낸 기업들은 유니콘 기업 또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정부와 일반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정책과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산업정책과 경영전략 수립 시에도 스타트업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들을 통해 한국경제의 미래를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