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쿼타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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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앤비즈 김하성 기자]주식매수선택권(Stock Option, 이하 스톡옵션)은 국내 스타트업 채용 시장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슈로 부상했다. 

‘스톡옵션이야말로 스타트업에 다니는 이유’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때에 따라 수억 이상의 이익을 얻기도 하는 만큼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스톡옵션으로 들썩인다.

스타트업의 본고장인 미국 실리콘밸리는 사정이 좀 다르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인 애플, 아마존 등을 비롯, 많은 스타트업에서는 스톡옵션이 아닌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estricted Stock Units, 이하 RSU)을 부여한다. 

RSU는 성과나 근속연수 등 특정 조건이 충족될 때 임직원에게 부여되며, 보통 기본급에 RSU·스톡옵션 등의 주식 연계형 보상이 더해진 만큼을 연봉으로 본다.

지난 5월 국내 최초 RSU 계약·관리 서비스를 선보인 증권관리 솔루션 쿼타북에서는 RSU의 용어에 대한 새로운 고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쿼타북에 따르면 흔히 줄임말인 RSU 또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으로 불리는 Restricted Stock Units는 아직 국내에서 통용되는 공식 번역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때 RSU는 그 자체로 주식이라기보다는 주식에 대한 권리로 보는 것이 마땅하고, 부여 조건에 양도제한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이라는 번역어가 반드시 적합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공식적인 번역어가 없는 이유는 RSU가 제도로서 도입된 것이 아니며, 현재 별도의 규제 대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점점 더 많은 기업에서 RSU를 부여하는 추세에 따라 이 개념을 보다 정확히 나타내줄 번역어도 필요해졌다. 

이에 쿼타북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 대신 ‘조건부 주식인도청구권’이라는 용어를 제안한다. RSU란 결국 특정한 조건이 충족될 때(‘조건부’), 그 권리를 부여받은 사람이 회사를 대상으로 주식에 대한 교부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주식인도청구권’)이므로, ‘조건부 주식인도청구권’이라는 용어가 RSU의 개념을 보다 잘 표현한다는 것이 쿼타북 측의 해석이다. 

최동현 쿼타북 대표는 “스타트업 증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쿼타북의 목표인 만큼, RSU와 같은 업계의 새로운 흐름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스톡옵션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스톡옵션을 받은 임직원에게는 주식을 정해진 금액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주지만, RSU의 경우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기업의 주식을 바로 준다. 요컨대 스톡옵션이 매수 시 주식 가격에 대한 약속이라면, RSU는 주식 부여에 대한 약속이다. 임직원 입장에서는 합의된 조건만 충족되면 별도의 조치 없이 바로 지분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이 RSU의 큰 매력이다. 스톡옵션 행사 시점에 상당한 주식 매수금을 준비하는 어려움도 사라진다.

RSU는 기업 입장에서도 장점이 분명하다. 먼저 부담스러운 주주총회 대신 이사회를 통해서도 부여 가능하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스톡옵션과 달리 RSU의 부여 대상자의 범위에는 제약이 없고, 행사 전 필수적으로 재직해야 하는 2년이라는 기간 제한도 없다.

무엇보다 스톡옵션 따른 지분 변동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RSU의 경우 사전에 취득해둔 자기 주식 내에서만 부여되기 때문에 기업은 지분 희석에 대한 통제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양도제한 조건부’라는 말처럼 계약을 통해 정해둔 기간 동안 혹은 상장, 인수와 같은 특정 이벤트가 발생할 때까지 양도가 제한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편 RSU는 기업의 자기주식으로 부여가 가능하고, 자기주식은 원칙적으로 배당가능이익 내에서만 취득할 수 있다. 배당가능이익이 있는 기업, 다시 말해 일정 정도 이상의 영업 이익이 발생하고 있는 기업만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RSU를 부여할 수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한화, CJ ENM 같은 상장기업이나 토스, 크래프톤, 몰로코 등 소수의 탑티어 스타트업에서 RSU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제약으로 인해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지금까지 스톡옵션 제도를 적극 활용 중이다. RSU를 도입한 곳에서도 두 보상 제도 중 취사선택하는 구조보다는 둘을 적절히 함께 이용하는 곳이 더 많다. 실리콘밸리의 최대 증권 관리 플랫폼 카르타(대표 헨리 워드)에서는 스타트업 보상 체계가 스톡옵션에서 RSU로 옮겨가는 데 평균 5년 반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발표했다. 카르타에 따르면 해당 시점의 평균 기업 가치는 포스트 밸류 기준 1억 500만 달러에 달한다.

속도와 유연성이 생명인 스타트업의 성장은 흔히 채용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소수의 인재를 두고 여러 기업이 동시에 채용하기를 원한다면, 누가 성과에 대한 보상을 더 잘 제시하는지가 관건이 되기도 한다.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운 스타트업 채용 시장이 RSU로 인해 새바람을 몰고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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